식약처장이 밝힌 마약 적발 전말
‘NIMS’ 6억개 데이터가 유아인 잡아내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제가 유아인씨를 잡았다고들 하는데, 그게 아니라 저는 엄홍식씨를 잡았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23일 서울시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식약처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최근 최근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배우 유아인(36·본명 엄홍식)씨를 적발한 일등공신을 언급했다. 유씨의 수상한 처방 내역을 잡아낸 건 마약처방 등 관련 빅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식약처 ‘NIMS’(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였다.
오 처장은 "식약처 NIMS에는 6억5000만 개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며 "어떤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았는지 시스템은 다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경찰에 유씨의 수사를 의뢰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평균보다 처방이 많은 의료기관과 개인 등 51건을 서울경찰청에 넘겼는데 거기 엄홍식(배우 유아인 본명)이 있었다"며 "시스템이 굉장히 정교하게 이상 징후를 보이는 마약 처방을 잡아냈다"고 강조했다.
유씨를 잡아낸 식약처 NIMS(Narcosistic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s)는 2018년부터 도입됐다.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 처방 병원과 투약 환자 정보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연간 1억건 넘는 의료용 마약류 처방건수를 보고 받는다. 지난해엔 6억5000만개에 이르는 데이터베이스(DB)를 대대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로, 프로포폴을 평균보다 많이 처방받거나 처방한 유씨 등 개인·의료기관 51명을 의심자로 포착했다.
식약처는 NIMS가 의심자로 포착한 이들을 같은 해 11월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오 처장은 “경찰에서 조사하다 보니 그분이 그분이었다. 유씨를 잡으려 한 게 아니라 저희 나름대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정교하게 국민이 이상 징후를 보이는 마약 처방을 다잡아내려고 하고 있다. 누가 어떤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았는지 시스템은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여러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 등을 처방받는 일명 ‘의료 쇼핑’도 데이터를 통해 잡아낼 수 있다는 호언장담이다.
오 처장은 대마 같은 마약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이 꼭 필요한 환자는 손쉽게 처방받을 수 있게 하고 오남용 문제가 큰 부분에 대해선 시스템을 통해 꼼꼼히 살펴보며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 처장은 올해 낸 성과 중 하나로 지난달 마약안전기획관이 정규 조직으로 승격된 점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마약에서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게 기획관과 식약처 직원들이 심기일전해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