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법안 처리 속도전
“가격 경쟁력 약화에 하청업체 대표는 패싱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솔솔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경기 의왕시 의왕ICD 물류센터 인근 도로에 화물차들이 운행을 멈춘채 주차되어 있다. [헤럴드경제 DB] |
[헤럴드경제=양대근·김은희·한영대 기자]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중대 문턱을 넘어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법안을 등에 업고 노조 파업 수위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한층 가중됐다는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파업의 일상화’로 인한 투자 위축과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가속화, 일자리 감소 등 연쇄적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6일 조선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품질도 중요하지만 가격 경쟁력과 글로벌 선주들의 신뢰도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결국 파업이 빈번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가격 경쟁력 약화는 물론 고객사들의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전날인 지난 15일 야당은 단독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법안을 보면 하청업체의 노동자와 원청 경영진이 직접적으로 대화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하청업체 대표가 (노사 협상에서) 패싱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이는 현장에서 혼란만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과 자동차 업종 등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으로 꼽힌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더해 ‘파업 리스크’까지 커질 경우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경기 의왕시 의왕ICD 물류센터가 파업으로 인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
아울러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이 확산할 경우 설비 중심의 다른 산업계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다른 직종과 달리 그동안 파업으로 이슈가 된 적이 크게 없지만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에 잠재돼 있던 노사 갈등이 더 만연하게 발생할 수 있다”면서 “최근 많은 기업이 국내 투자 환경 악화로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해외 이전을 더 부추기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 당시 노동조합이 사측에 47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시민단체가 노란 봉투에 성금을 모아준 데서 유래했다.
이번 환노위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 개념을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히 파업 근로자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의 쟁위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하고, 여기에 법원이 파업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경기도 의왕시 의왕ICD 물류센터에서 경찰 병력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
이에 경제계는 개정안 소위 통과와 관련 일제히 강력한 반대 의견을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노조법 개정안은 사업장점거·생산방해 등 노조의 불법파업을 보호하고, 계약관계가 없는 원청업체에 대해 하청노조가 파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라며 “우리 경제와 산업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개정안에서의 ‘사용자 개념 확대’는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교란하고 노동조합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사용자 범위를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확대시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면서 “특히 노동조합의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것은 민사상 손해배상법리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개정안이 시행되면 노사 간 분쟁이 늘어나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손해배상 청구를 어렵게 하는 것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산업현장에서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가 더욱 늘어나 기업과 국가경쟁력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노사관계에도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국회의) 갈라파고스적 과잉 입법이 양산된 사례”라고 비판했다. 무협은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2015년 3.2%에서 2021년 2.9%로 하락하면서 일자리는 41만개가 사라졌다”며 “개정안은 무역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일자리까지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올해 역대 최악의 경기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의견을 무시하고 통과시킨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활력을 근본적으로 잠식하는무책임한 처사”라며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노란봉투법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오는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긴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본회의 직회부 카드도 고려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강행한다 하더라도) 위헌 판결이 나든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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