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이 맛에 회사로 출근?”
#. 네이버에 재직 중인 A씨는 최근 오피스텔 전세 계약 종료를 앞두고 회사 근처로 이사를 갈지 고민 중이다. 출퇴근 시간이 짧지 않아 재택 근무를 해왔는데, 업무 사이 사이 매 끼니를 챙기는 게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회사로 가면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공짜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그 근처로 이사를 가면 출퇴근 시간을 아끼는 건 물론, 밥 시간에만 잠깐 회사로 갔다가 다시 재택 근무를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물가 인상에 직장인들의 식비 부담이 커지며 구내 식당 복지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출퇴근 시간과 교통비 뿐 아니라 식비 절약을 위해 회사 근처로 이사를 고려하는 직장인들까지 생길 정도다. 회사들도 발 빠르게 개선책을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판교의 IT·게임 회사들 사이에서는 최근 구내 식당 복지 늘리기가 한창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네이버다. 네이버는 직원들이 회사 구내 식당을 이용할 시 점심과 저녁 식비로 각각 7000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하 1층 구내 식당 1784의 한 끼 식사 비용이 7000원으로 고정된 만큼 사실상 중·석식 무상 제공과 다를 바 없다. 조식의 경우에도 이른바 ‘조식 자판기’를 설치해 무료로 제공 중이다.
구성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점심과 저녁의 경우 두 가지 메뉴 중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예컨대 지난 2일 점심의 경우 토마토리조또와 닭다리살구이 또는 왕만두떡국 메뉴 가운데 한 가지, 석식의 경우엔 돈육오징어볶음과 산채들기름볶음밥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달부터는 스낵바에 분식류와 샐러드, 샌드위치 등의 신메뉴를 추가해 선택의 폭을 더욱 넓혔다.
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지겠다는 기업은 네이버 뿐만이 아니다. 게임회사 네오위즈도 당초 석식만 무료로 제공했지만 올해부터는 전 직원에게 삼시세끼를 모두 무상 지원한다. 또 다른 게임사 펄어비스도 일찌감치 삼시세끼를 무상 제공해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불황으로 식비 부담이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구내 식당이 회사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복지 혜택 중 하나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은다. 저렴한 가격에 잘 짜인 식사를 매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의 사기가 오른다는 것이다. 한 끼에 1만원을 훌쩍 넘는 판교 물가를 고려하면 ‘밥 먹으러 회사로 온다’는 말이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