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북한 무인기 5대가 서울 항공까지 누비며 5시간 넘게 머물다 돌아갔지만, 한국군은 1대도 격추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군이 무인기 대응에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 친지 열흘 만에 발생한 일이어서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국방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드론? 무인항공기? 지상전? 다 드루와봐! 비호복합이 다 막아줄께!'라는 제목의 홍보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은 K-30 자주대공포 '비호'와 휴대용 유도탄 '신궁'을 결합한 비호복합으로 드론 등 무인기 공격에 대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방부는 영상을 통해 "현대전에서 점차 중요해지는 드론을 순식간에 추적해 격추하는 비호복합"이라며 "레이더부터 최첨단 장비들의 향연"이라고 자신있게 소개했다.
하지만, 전날 실제 북한 무인기가 침투하자 한국군은 비호복합을 사용하지도 못했다. 무인기를 격추시키고자 전투기·공격헬기 등을 띄워 대응에 나섰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무인기 5대 중 서울까지 온 1대는 다시 MDL 이북으로 올라간 게 확인됐고, 나머지 4대는 강화 서쪽 상공을 통해 우리 군의 탐지범위를 벗어난 뒤 더 이상 항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군은 민가 피혜를 막기 위해 사격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무인기가 민가·도심지 등의 상공을 비행하다 보니 비정상적 상황 발생시 우리 국민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고려해 사격하지 못했다"며 "민간인 피해 예상 지역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격추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북한 무인기가 우리 측 민간인 지역 상공에 접근하기 전에 군이 요격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 군의 사격방향이 북쪽을 향할 경우 자칫 남북한 간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국민들은 홍보와는 다른 실제 군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호복합 홍보 영상에는 "오늘 북한의 무인기 침투를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 "군생활 내내 봐왔던 보여주기식이었다", "무인기 하나 못 잡는 K국방"이라며 부정적인 댓글이 대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