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강아지 건강검진이 내 건강검진 비용보다 비싸요.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지.”
직장인 A씨는 5살 된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얼마 전 검진으로 동물병원에 갔더니, 70만원 영수증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에 가려던 여행까지 미뤄야만 했다. 그는 “동물병원 치료비가 거의 비급여 항목이고 얼마가 적당한지 알 수도 없으니 병원에서 달라는대로 줄 수밖에 없었다. 병원 가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500만명에 육박한다. 당연히 동물병원을 찾는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동물병원의 치료비가 천차만별이고, 간단한 검진만 해도 10만~20만원을 훌쩍 넘긴다는 데에 있다. ‘동물병원 문턱만 가도 10만원이 깨진다’는 말이 반려인 사이에 유행할 정도다.
최근 저렴한 비용으로 집에서 반려동물 건강을 체크하는 진단 키트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이유다.
1만~2만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이지만, 향후 3년 내 4조원에 이르는 시장이 될 만큼 사용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고가의 동물병원 진단비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반려동물의 건강진단은 통상 기본 신체검사와 혈액, 소변, 분변검사, 필요한 경우 엑스레이와 심전도검사 등으로 이뤄진다. 검진비용은 병원마다 크게 다르다. 노령견의 경우 대략 40만~70만원 정도이 비용이 든다. 사람의 건강검진을 웃도는 가격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정작 비용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반려인 커뮤니티 등에선 어느 지역의 병원 가격이 합리적인지, 어떤 병원이 비싼지 등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최근엔 동물병원 진료비를 비교하는 사이트까지 생겼다.
반려동물 진단 키트는 집에서 반려동물의 소변 등으로 간단하게 질병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비용은 보통 1~2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핏펫이 업계 최초로 출시한 소변검사 키트 '어헤드 베이직'의 경우 1만4900원으로 가격이 명시돼 있다. 구강검사 키트인 '어헤드 덴탈'의 경우 7900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키트를 통해 모든 질병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주요 질병(당뇨, 신장질환 등) 10가지 정도는 검사가 가능하다”며 “집에서도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 1만원대로 크게 부담되지 않는 비용 때문에 찾는 반려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들도 반려동물 진단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는 최근 진단 기업 계열사 지씨셀이 보유한 동물진단 기업 그린벳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했다.
최근 코스피에 상장한 바이오노트는 혈액, 분변 등으로 개나 고양이의 감염병을 확인할 수 있는 '래피드' 제품군으로 동물진단 사업부 매출이 크게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반려동물 진단 시장은 2020년 18억4920만달러(2조3586억원)에서 2025년 29억5230만달러(3조7656억원)까지 성장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자식과 같은 존재가 되다보니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으려는 반려인들이 많다”며 “동물병원의 깜깜이 진료비 등으로 불만이 많던 반려인들이 진단 키트와 같은 대안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