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 발표

연장근로 관리 단위 ‘주’→‘월 이상’…호봉제 대신 직무·성과제

임금격차 해소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 '상생임금위원회' 설치 권고

노동계 “각본대로 결론 냈다” 반발 거세

'주 69시간' 근로 가능해진다...연장근로 관리 '주'→'월 이상'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좌장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앞으로 ‘일주일에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을 위해 꾸린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현행 ‘주’ 단위로 관리하고 있는 연장근로시간을 앞으론 기업 자율에 따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변경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임금체계도 기존 연공급제(호봉제) 대신 직무·성과급제로의 전환을 위해 정부가 컨설팅을 확대하고 직무 평가도구를 지속 개발·보급하는 등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공정한 노동시장,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란 제목의 권고문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지난 6월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따라 7월 18일 꾸려진 노동시장 개혁 전문가 논의기구다.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대 교수는 “노동시장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국가·시대적 과제”라며 “입법·행정적 조치에 착수해 주시기를 정부에 권고한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먼저 근로시간과 관련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 외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노사의 선택 재량을 넓힐 것”이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관리단위기 길어짐에 따라 초래될 수 있는 장시간 연속근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비례적으로 감축할 것”도 포함했다. 구체적으로는 연장근로시간을 분기 단위로 관리할 시 월 단위 대비 90%, 반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80%, 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70% 수준으로 감축토록 하는 것을 권고했다.

'주 69시간' 근로 가능해진다...연장근로 관리 '주'→'월 이상'

그러면서 연구회는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또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도입하고, 연장근로는 현행과 같이 개별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정부 발표안과 큰 차이가 없다. 노동계는 근로자 ‘동의’가 담보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연구회는 “법제의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고만 덧붙였다.

연구회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방안도 내놨다. 연장근로 등을 휴가로 저축하는 경우 법정 가산수당 기준보다 높은 할증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가 방식도 안식월 같은 형태의 ‘장기휴가’나 징검다리 연휴, 정기·순환 휴가를 집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의 ‘단체 휴가’, 병원 진료나 자녀 등·하원 등을 위한 ‘시간 단위 연차휴가’ 등으로 다양화한다. 하지만 이 경우 기업의 필요에 따라 장시간 노동을 하되 수당 대신 휴가로 지급하기 때문에 초과근로 대비 임금손실이 발생한다.

임금체계에 대해선 연구회는 “고령자 계속 고용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임금체계 개편 관련 법제도 정비를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라며 ‘상생임금위원회’ 설치를 정부에 권고했다. 연구회는 앞선 발표를 통해 현재의 호봉제가 ‘노조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정규직 남성’에게만 유리할 뿐 중고령 노동자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MZ세대에 불공정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근거로 대기업의 56.3% 수준 중소기업 임금과, 여성 임금이 남성 대비 69.6% 수준에 불과한 조사 결과를 들었다.

아울러 연구회는 “임금체계가 없거나 설계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대상으로 직무·숙련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임금체계 구축 지원 사업을 확충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조선업 상생협의체와 같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 모델을 확산시켜 임금체계 개편 전략을 모색하라”고 했다. ‘정년 연장’을 위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시간의 정확한 관리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상시적인 감독을 실시하라”고 했다.

다만 연구회 권고가 “각본대로 결론을 낸 것”이란 비판도 거세다. 이반 권고안의 핵심인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 또는 연 단위로 변경하는 건 지난 4월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건의한 내용이기도 했다. 임금체계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앞서 “대기업 남성 정규직 임금을 줄이면 비정규직과 여성의 임금이 올라가고 중고령 노동자의 고용불안이 해소되느냐”며 “남성·여성·정규직·비정규직을 불문하고 임금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