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에 회사 팔고, 30대에 ‘파이어족’ …또 대박났다.”
벤처투자업계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대기업들에게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있어 화제다.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 ‘XYZ(엑스와이지)’가 그 주인공이다. 설립자 황성재 대표(40)는 이미 30대에 삼성전자에 회사를 팔아 ‘파이어족(경제적으로 자립해 조기 은퇴한 사람)’이 됐다. 그럼에도 ‘엑스와이지’로 연쇄 창업가 반열에 올랐다. 황성재 대표와 유선 인터뷰를 통해 연쇄 창업가로서의 인사이트와 국내 로봇 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30대에 이미 ‘파이어족’…“자영업자 경험, 또 다른 창업으로”
1982년생인 황성재 대표는 올해로 40살의 ‘젊은 대표’다. 카이스트 석박사 졸업 후 1세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AC)로 유명한 ‘퓨처플레이’를 공동설립, 여러 스타트업을 투자·발굴했다. 이후 기술 특허를 기반으로 AI 챗봇 회사 ‘플런티’를 공동 창업했다. 2017년 ‘플런티’는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삼성전자에 매각된다. 그렇게 황 대표는 30대 중반에 경제적 자립을 실현, 노후 걱정이 없는 ‘파이어족’이 됐다.
하지만 그는 우연히 오픈한 강남 카페에서 새로운 길을 찾게 된다. 자영업계 전반의 비효율성을 체감하면서다. 황 대표는 “직접 가게를 차리고 운영을 해보니까, 자엉업 시장이 오랜 기간 혁신없이 비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단 걸 깨달았다”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기술 특허 분야에서 일 했다 보니 ‘어떻게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 하다 로봇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로봇이 만든 커피는 맛없다? “모르시는 말씀”
엑스와이지는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BARIS)’,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ARIS)’, 자율주행 배달로봇 ‘스토리지’ 등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제작 중이다. 특히, 바리스는 세계 최초 핸드드립 로봇으로 개발돼 현재는 브루잉, 에스프레소 등 커피도 제조할 수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초로 성수동에 오픈형 로봇 카페 ‘엑스익스프레스’를 오픈했다. 바리스타 로봇이 사람 없이 주문부터 결제, 제조, 서빙까지 하기 때문에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로봇이 주문받은 음료 한 잔을 제조해 제공하기까지 약 1분 30초가 걸린다. 가격은 아메리카노 3300원, 라떼 3800원 등이다.
황 대표는 “하루 평균 100~200잔 정도 판매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흥미로운 건 다른 카페들이 문을 닫은 새벽 시간대 대량 주문이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만든 핸드드립 커피와 똑같은 맛을 내기 위해 로봇은 실제 유명 바리스타의 숙련된 제조 과정을 학습했다. 융드립 커피로 유명한 15년 차 김동진 바리스타를 영입, 각 원두에 맞는 최적화된 핸드드립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황 대표는 “바리스타의 드립 방식을 촬영해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면, 로봇이 그 과정을 학습해 따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매장 순이익, 일반 매장 최소 2배”…대기업 ‘러브콜’
이번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한 투자사들은 마그나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현대자동차 그룹 제로원, 빌랑스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투자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다. 이들은 멀티플 클로징 방식으로 새롭게 투자에 참여했으며, 기존 투자사 휴맥스는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치솟는 인건비와 구인난 속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샀다. 이상우 마그나인베스트먼트 투자담당은 “엑스와이지는 실증 가능한 사업구조를 통해 서비스 로봇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의 심화가 예상되는 시장 상황에서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황성재 대표는 “완전 로봇 무인 매장의 순 이익률을 보면, 유인 매장의 2~3배 정도”라며 “인건비도 문제지만, 요즘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구인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서비스 로봇의 효율성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와이지는 F&B 무인 매장을 넘어 식음료 제조부터 배달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빌딩 솔루션’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2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2 서울카페쇼’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공개한다. 신규 배달 로봇은 확장성이 뛰어난 초소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간을 이동하며 건물 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