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일본에선 이제 한국 것 내놓기만 하면 1위”
넷플릭스가 이달 22일 전 세계에 공개한 한국 오리지널 영화 ‘20세기 소녀’가 일본에서 시청순위 1위를 지배하던 현지 작품을 밀어내고 새롭게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영화가 일본 넷플릭스 시청순위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9월 ‘서울대작전’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과거 일본은 한국산 로맨스 장르물에 다소 냉소적이었지만 최근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일본 현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플랫폼들이 경쟁적으로 한국 콘텐츠 수급을 늘리는 분위기다.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20세기 소녀’는 24일 일본에서 넷플릭스 영화부문 1위를 차지했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에 이어 두 번째다. 전 세계 순위에서도 5위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세기 소녀’에 앞서 일본 넷플릭스 영화순위 1위를 지킨 작품은 일본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이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일본 넷플릭스 영화순위에서도 9일에 걸쳐 1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20세기 소녀’가 공개된 지 사흘 만에 한국 영화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일본에서 넷플릭스와 OTT 시장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아마존프라임도 현재 ‘20세기 소녀’를 스트리밍 서비스 중이다. 24일 기준 ‘20세기 소녀’는 아마존프라임에서도 영화부문 7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톱10에 입성하는 등 일본 양대 OTT 플랫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영화로 ‘모럴센스’를 비롯해 ’카터’, ’서울대작전’ 등을 차례로 선보여왔다. 그러나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이 글로벌 1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린 것에 비하면 화제성 면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공고한 일본 OTT 시장에서만큼은 여전히 높은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모럴센스’, ’카터’, ’서울대작전’ 모두 공개된 지 2~3일 만에 일본에서 5~6일 연속 1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앞서 일본 배우 스다 마사키는 지난 2월 후지TV '마츠모 투 나카이 매칭 나이트'에 출연해 한국 로맨스 드라마와 배우를 비하하기도 했다. MC가 “왜 일본 여성들은 한국의 러브스토리를 좋아하는데 일본의 러브스토리는 보지 않을까”라고 묻자 그는 “30대 중반이나 된 배우들이 전력을 다해 연애물을 하는 게 좋은지 나쁜지를 떠나 ‘이런 거 보고 싶지?’ 하는 느낌으로 나르시시스트가 돼 연기한다”고 답했다.
그의 발언은 한국 배우들이 나이 먹어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연기한다는 조롱으로 해석돼 국내 네티즌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가 일본 내에서 줄곧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일본 방송사 및 OTT 플랫폼 업체들은 오히려 K-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