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코인투자로 스물네 살에 12억원의 수익을 실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K씨는 트레이딩을 주업으로 삼고 이른 나이에 결혼도 했다. 코인투자를 밥벌이로 하려던 중 비트코인의 가격이 곤두박질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투자 과정에서 조금씩 빌린 대출도 못 갚겠다 싶어, 서울 강남역 부근의 회사에 재입사했다.
# 보안회사에 다니는 30세 J씨는 코인으로 모아둔 돈을 모두 잃었다. 2억원의 대출도 남아 있어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한때 퇴사를 꿈꿨지만 지금은 직장만이 생명줄이다. 커뮤니티에 한풀이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
코인투자로 큰돈을 벌어 회사를 그만뒀던 20·30대가 직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적지 않은 젊은이가 투자를 위해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졌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취약해진 금융상황으로 인해 생활이 불안정해진 이들도 심심찮게 늘고 있다.
최근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다중 채무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20대 이하 다중 채무자는 38만7021명으로, 지난 2020년 말(31만9232명) 대비 21%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연령의 다중 채무자 증가율인 5%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29세 이하의 다중채무자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뜻이다.
20대의 다중 채무자 수 증가율은 30대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30대의 지난 상반기 다중 채무자 수는 100만6908명으로 20대보다 많지만, 2020년 말(96만2838명) 대비 증가율은 4%에 그쳤다. 가상자산 및 주식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거래가 폭증했던 2021년 한 해 동안 20대의 ‘빚투’가 늘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빚을 내 투자한 가상자산 가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과 맞물리며 곤두박질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은 우리 돈 기준 2721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지난해 11월 8108만원까지 치솟았던 것 대비 66% 하락한 가격이다. 시가총액 상위 10위에 드는 가상자산 가격은 전부 하락세를 걷고 있으며 큰 규모의 거래를 하는 가상자산의 ‘고래’ 투자자들도 순거래량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이에 과도한 빚을 내고 코인투자에 뛰어들었던 20대 직장인들이 우울증에 공황장애까지 얻으며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회사에 다니는 한 직장인은 "코인투자로 10억, 20억을 벌어 퇴사할 거라는 이들이 회사에 즐비했었다"며 "최근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코인으로 거금을 벌고 파이어족으로 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던 K씨는 "경제 상황이 변화하면서 직장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며 "직장을 얻어 고정수입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상자산의 가격은 향후 변동성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마벤처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7일 미국 노동부의 고용보고서가 호조를 보이자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며 증시와 함께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