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신도시 물량 넘치자 전셋값 출혈경쟁
전용 85㎡ 3억대→2억4000만원까지 내려
검단·루원시티 등에 향후 10만가구 예정
인천 구도심 인구 빨아들이는 블랙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30평 새 아파트 전세가 2억5000만원이라니, 말 다했죠. 방마다 에어컨 다 들어가 있고 구조도 잘 빠졌어요. 조경도 잘 됐고요. 근데 지금 세입자 못 구해서 1000만원씩 더 내리는 출혈경쟁중이에요.”(인천 검단신도시 공인중개사)
16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입주가 시작된 인천 서구 당하동 ‘검단파라곤센트럴파크’ 전용 85㎡ 전세 매물은 대다수가 2억5000만원에 약속이나 한 듯 나와있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3억7400만~4억3000만원이었는데 입주 초기엔 3억원대에 부르던 전세가격이 3개월여만에 5000만원 하락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를 제외하고도 인천 아파트 공급물량이 쏟아지면서 세입자 모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가격경쟁이 붙어 1000만원씩 더 내리는 집주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근 A공인 대표는 “솔직히 수도권에서 2억4000만원에 30평대 새 아파트 첫 입주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공급 앞에 장사없다는 말이 실감된다”고 말했다.
인천은 올해 4만2605가구가 입주 중이거나 입주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4만3228가구, 2024년에도 2만345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3년간 10만가구가 쏟아지는 것이다. 특히 서구에서 검단신도시와 루원시티 등이 있어 가장 공급량이 많다.
새 아파트 단지들은 인천 내 인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검단신도시의 경우 대중교통이 부족하고 인천 지하철1호선 연장선도 아직 공사중이지만 자동차 이용을 대안으로 실수요자들이 이동한다.
이 때문에 인천 서구의 여타 구축 아파트들은 전세가 나가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인천 서구 심곡동 대동아파트(27년차) 전용 85㎡은 지난해에는 매매가 상승과 동시에 전세가도 3억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원래 금액대였던 2억1000만원대로 복귀했다. 이미 교통망이 충분히 확보돼있는 구도심 아파트이지만, 새 아파트 선호에 밀려 전세입자 구하기가 난항이다.
인근 공인 대표는 “(검단에서)차로 20분 가서 풍무역(김포 골드라인)에 세워놓고 서울 나가면서 새 아파트 첫 입주하느냐, 지하철 역세권이지만 30년 다 된 아파트에 사느냐 중에 고르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이 동네 전세가 잘 나갔는데 요즘은 통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 아파트 공급 폭탄 효과는 단지 전세에서 끝나지 않게 될 전망이다. 인천 검단, 루원시티 등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대다수의 사람이 타지역 사람이 아닌, 같은 인천 구도심 주민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새 아파트에 입주해야 할 시기에 구축이 팔리지 않으면 급매로 내놓으면서 매매가격이 무한정 내려가게 될 수 있다. 이미 이런 집주인들은 가격 협상력을 잃어 부동산에서도 가격을 더 내려보라는 권유를 받기도 한다.
서구 연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분양받은 집 입주가 가까워 오는데 집이 안 팔리니 별다른 방안이 없다”면서 “각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도 전망이 어두워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