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84㎡ 15억원 거래
‘아파트로 빚 갚았다’ 소문 인근 부동산업계 파다
과거 20억여원 거래도 대물변제 사례
급격히 오른 양도세 등이 원인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디에이치자이개포가 15억원에 팔렸다고 하니 당장 계약하겠다며 같은 값의 매물 없느냐는 전화가 하루 내내 이어집니다. 그때마다 정상 매매가 아니라는 내용과 사정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네요.”
서울 개포동 한 공인사무소 대표는 “아파트를 내놔도 거래는 안 되고 비싸게 팔아도 양도세 부담이 큰 탓에 집주인들이 아파트로 빚을 갚는 경우가 속속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경기가 급속도로 우하향 곡선을 보이자 아파트로 채무를 변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5일 15억원에 직거래됐다. 층수도 고층(23층)에 재작년 8월 30억3699만원에 거래된 것이 최고 거래가다. 인근 부동산에 올라온 호가만 따져도 29억~31억원인 아파트가 그 반값에 매매된 만큼 강남 일대 부동산시장에 큰 파문이 일었다.
이에 그 사정을 취재한 결과, 중개인을 통하지 않는 직거래 성격상 개인 사정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집주인이 과거 빌렸던 돈을 아파트로 대물 변제했다는 소문이 인근 부동산시장에 파다하다.
개포동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거래절벽 탓에 제값받기도 어렵고 입주한 지도 얼마 안 돼 양도세로 시세차익을 전부 내느니 이 같은 선택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1월에 직거래된 20억8273만원(29층) 아파트 역시 채무를 아파트로 변제한 사정이 있는 매매였다”며 “당시나 지금이나 20억원, 15억원이면 당장 매수하겠다는 전화가 빗발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IMF 등 경기침체 때 건설사들이 부도가 나면서 협력 업체들이 채권 대신 대물 부동산을 받는 경우는 많았으나 일반 채권-채무자 사이에 아파트로 빚을 대신하는 경우는 드문 사례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최근 급격히 올라버린 세금 이슈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디에이치자이개포가 지난해 9월부터 등기가 난 만큼 1년 이내 보유한 경우 차익의 77%를 양도세로 내야 하는데 국가에 세금으로 내느니 아파트로 빚을 대신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특히 신축 아파트는) 양도세 탓에 어차피 남는 게 없으니 이 같은 특이한 사례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정상 매매 사례의) 가격들까지 전체 통계에 잡힌다는 것은 실거래 가격에 왜곡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