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한때 이재용 부회장도 제친 한국 최대 부호였는데…”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전 의장의 주식 재산이 올해만 5조원 가량 증발했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 중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리더로 꼽혔다. 한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보다도 많은 재산을 가진 것으로 추정됐지만, 카카오 등 보유 주식 가치가 폭락하며 자리를 내주게 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5일 국내 그룹 총수 33명의 주가평가액 변동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의 주식 가치 평가액이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올 1월 3일 12조2269억원이던 김 전 의장의 주식 재산은 6월 말 기준 7조457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년만에 무려 4조8000억원 가량의 재산이 증발한 셈이다.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카카오게임주 주식을 보유 중이다. 그러나 두 주식 가치가 폭락하며 김 의장 재산도 영향을 받았다. 11만4500원(1월 3일 종가 기준)이던 카카오 주가는 6만9900원(6월 30일 기준)으로 39% 하락했다. 9만3000원이던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4만9150원으로 47.2% 떨어졌다.
김범수 전 의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브스 선정 ‘한국 최고 부호’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제칠 정도였다. 지난 4월 포브스는 김 전 의장의 재산을 96억달러, 한화 11조8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재용 부회장(92억 달러, 한화 11조3800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이기면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코로나 기간의 카카오 주가 급등 영향이 컸다.
그러나 현재는 다시 역전됐을 가능성이 크다. 6월 말 기준 이 부회장 주식 재산 가치는 12조335억원으로, 1월 초 대비 2조1530억원 줄어드는데 그쳤다. 김 전 의장보다 적은 감소폭이다.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김 전 의장은 지난해 3월 세계적인 자발적 기부 운동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참여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인 중 두번째로 가입, 재산의 절반인 5조원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식 서약했다. 당시만해도 그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 주식 가치만 11조원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5000억원 규모의 카카오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사회 환원 재단을 설립했다. 지원 단체를 선정해 최대 3년 동안 매년 3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