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직접 근황 전해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외교부, 경찰청, 국민 여러분. 모두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한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하겠다며 우크라이나로 떠난 해군특수전단 출신 유튜버 이근(38)씨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직접 사망설을 일축했다.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로 재입국하려 했다는 보도도 전면 부인했다.
이씨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두 차례 게시물을 올려 생존 소식을 알렸다.
그는 “내 대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안전하게 철수했다”며 “난 혼자 남았고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이어 최근 불거진 사망설을 의식한 듯 “가짜뉴스 그만 만들라”면서 “임무 수행 완료까지 또 소식 없을테니 연락하지 말라. 매일 전투하느라 바쁘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앞서 13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 스타리치 지역의 우크라이나군 교육센터와 야보리우 훈련장을 공격해 180명 가량의 외국인 용병이 사망했다는 러시아발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사망설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해 이씨 측근이자 예비역 장교인 A씨와 태상호 종군기자 등이 ‘이씨가 생존해 있고 작전을 수행 중’이라며 사망설을 부인했으나, 온라인 상에서 이씨의 생존 여부에 대한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이씨가 우크라이나행(行)을 결정한 뒤 출국해 현지에 도착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최근 모두 삭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씨는 얼마 후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뒤 ‘현재 위치를 알려달라’는 서울경찰청의 메시지 캡처 화면을 공개하며 “모두 걱정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제가 지금 한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2계는 이씨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지금 위치를 확인해서 보내주면 외교부에 통보해 재외국민 보호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현장 상황이 많이 심각하고 모든 파이터들이 철수하면 여기 더 이상 남을 게 없을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우크라이나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중에 귀국할 때가 되면 그때 연락드리겠다”며 “제 여권은 아직 무효화 안 됐으니까 걱정하지 말라. 무효화돼도 입국은 언제나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끝으로 이날 앞서 ‘이씨 일행이 폴란드로 재입국하려다 거절당하고, 국경에 계류 중’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국경 근처에 간 적이 없고, 대원들과는 최전방에서 헤어졌다”고 반박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씨 일행의 위치 등 근황에 대한 질문에 “폴란드에 재입국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이씨와 우크라이나로 동행한 대원들의 신원을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씨는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지 않고 이 상황에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면서 일행 3명과 함께 출국한 사실을 알렸다. 정부도 이씨의 입국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10일 이씨가 여행금지 지역에 허가 없이 입국했다며 여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현행법상 국민이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 국가를 방문·체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