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경비행기가 기차 선로에 추락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경찰관들이 조종사를 구출하고 있다. 구출 직후 비행기는 열차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미국에서 경비행기가 이륙 직후 엔진고장으로 기찻길에 추락해 마주 오던 열차에 치였으나 조종사는 간발의 차이로 구조되면서 짧은 순간 두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겨 화제다.

11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공항에서 남성 조종사가 탄 경비행기가 이륙 직후 엔진 문제를 일으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홀로 탑승했던 조종사는 추락 직후 의식을 잃지 않고 피투성이가 된 채 조종석에 끼인 채 살아남았다.

하지만 순식간에 죽음의 위기가 또 찾아왔다.

하필이면 비행기가 추락한 곳이 통근 열차 선로 위여서 멀리서 달려오던 열차가 속도를 멈추지 못한 채 그대로 비행기 잔해를 덮쳤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때 조종사를 구한 것은 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LA 경찰관들은 눈앞에서 열차가 경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지체없이 비행기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들이 ‘고, 고, 고’(Go G0 Go)라고 외치며 종잇장처럼 구겨진 조종석에서 가까스로 조종사를 끌어냈고, 곧이어 비행기는 맹렬하게 달려오던 열차에 치여 산산조각이 난 채 박살이 났다.

조종사가 구조된 뒤 열차가 비행기를 덮치기까지는 단 몇초였다. 말그대로 간발의 차였고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AP는 경찰서가 추락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덕분에 경찰관들이 추락 신고를 받고 즉시 현장에 도착할 수 있어 가능했다고 전했다.

LA경찰은 “신고를 받고 즉각 모든 열차 운행 중단을 요청했으나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인 로버트 셔록은 “우리를 향해 열차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게 눈앞에서 보였다”며 당시 아찔했던 순간을 곱씹었다.

다른 경찰관인 데이미언 카스트로는 “평소 훈련과 경험이 현장에서 효과를 본 것 같다. 이런 일에 닥치면 그냥 뛰어들게 된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조종사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