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서 미래세대 이야기 전달
“미래세대는 ‘웰컴 제너레이션’”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상이 멈춘 줄 알았는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선택은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제76차 유엔총회에 참석, 미래세대의 생각과 이야기를 전 세계에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20일 오후 9시(미국 시간 오전 8시) 개최된 유엔총회 특별행사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개회 세션에서 청년과 미래세대를 대표해 연설자로 나섰다.
2018년과 2020년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 유엔에서 연설하게 된 방탄소년단은 이번에는 미래세대의 목소리 그 자체를 전 세계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자처했다. 유엔 총회장에서 멤버 전원이 한국어로 연설했다.
■ ‘청년세대·미래세대 메신저’ …방탄소년단의 목소리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먼저 “이 자리에 서게 돼 영광이다. 대한민국 대통령 특사 방탄소년단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저희는 오늘 미래세대 이야기를 전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며 “이곳에 오기 전 세계 10대, 20대 분들께 지난 2년은 어땠고 지금은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물었다”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은 유엔총회 참석에 앞서 공식 SNS에 “여러분에게 지난 2년은 어땠고, 지금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미래세대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고, 방탄소년단은 실제 SNS를 통해 전달된 사진과 글을 소개하며 미래세대를 대신해 목소리를 냈다.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개회식에서 연설한 문재인 대통령의 소개를 받아 연단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자연과 함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기후변화 등 환경에 대한 미래세대의 생각, 새로운 방식으로 친구를 만나고 공부를 시작하며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 등을 소개하면서 공감하고, 감탄했다.
맏형 진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지난 2년 동안 저도 당혹스럽고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지민은 “솔직히 처음엔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억울하셨을 것”이라며 “나는 어제와 똑같은데 한순간에 평행 세계에 온 것처럼 세상이 변했으니까”라며 공감했다.
막내 정국은 “입학식이나 졸업식이 취소된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인생에서 꼭 기념하고픈 순간이었을텐데 많이 안타깝고 아쉬웠을 것”이라며 “저희도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한 콘서트 투어가 취소돼 많이 속상했다. 완성하고 싶었던 순간을 한동안 계속 그리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슈가는 “코로나19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일종의 애도가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돌아보며 “그간 당연하다고 여긴 순간 순간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을 보탰다.
말을 다시 받은 것은 RM이었다. RM은 “그래서 지금 10대, 20대를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고도 부른다더라. 가장 다양한 기회와 시도가 필요한 시기에 길을 잃게 되었다는 의미에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로 인한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변화에 겁먹기보다 ‘웰컴’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나가는 세대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은 백신 접종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제이홉은 “중요한 건 변화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 아닐까 싶다”며 “저희가 유엔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분이 백신 접종을 했는지 궁금해 하셨다.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면 저희 7명 모두 백신을 맞았다”고 말했다.
RM 역시 “(백신은) 저희를 기다리는 팬들을 만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오기 위해서 끊어야 할 티켓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전해 드린 메시지처럼 우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중”이라고 힘줘 말했다.
뷔는 “백신 접종도 그렇고 새로운 일상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으니 우리가 곧 얼굴을 마주하고 볼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고 다가올 희망을 그렸다.
이어 RM은 “세상이 멈춘 줄 알았는데 분명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며 “모든 선택은 곧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고 있다. 새롭게 시작되는 세상에서 서로에게 ‘웰컴!’이라고 말하면 좋겠다”라며 연설을 맺었다.
■ UN 배경으로 펼친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방탄소년단은 연설에 이어 퍼포먼스도 선사해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멤버들은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시작해 총회 로비, 청사 입구, 잔디 광장을 차례로 누비며 지난 7월 9일 발매한 ‘퍼미션 투 댄스’를 열창했다.
검은색 슈트 차림의 방탄소년단은 시종 밝고 경쾌하게 퍼포먼스를 펼쳤다. 특히, 일곱 멤버가 7개의 각자 다른 유엔청사 출입구를 통해 야외로 무대를 옮긴 뒤에는 ‘퍼미션 투 댄스’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발랄한 매력이 한층 돋보였다.
잔디 광장에서 펼쳐진 곡의 후반부에는 수많은 댄서들이 동참해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했다. 방탄소년단은 댄서들과 함께 ‘즐겁다’ ‘춤추자’ ‘평화’를 뜻하는 국제수화를 활용한 안무로 화합의 무대를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