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핀테크 다수 참여
개인맞춤형 서비스 가능
대중 자산관리시대 예고
부자고객 중심 은행권과
비이자이익 최대 승부처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은행의 이자이익은 자본에 좌우된다. 건전성 규제 때문에 자본의 크기에 따라 이자영업 규모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자산관리 부문은 자본 규제와 상관없이 안정적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자산관리야 말로 은행에서 금융플랫폼으로의 변화에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기존 은행과 빅테크의 승부처도 결국 자산관리 분야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빅테크와 핀테크는 최근까지 고객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그동안 확보한 ‘가입자’를 실질적인 수익이 되는 ‘이용자’로 변화시킬 수 있다. 개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한 자산관리 시장에서는 새롭게 도입되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마이데이터는 기본=빅테크와 핀테크는 마이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현재는 일부만 마이데이터 유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내년 1월 1일 API 의무화가 시작되면, 상당수 빅테크·핀테크들이 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 도입이 처음 논의되던 시기에는 허가만 얻으면 자산관리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허가는 ‘기본’이 됐다. 은행을 비롯해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마이데이터를 미래먹거리로 보고 뛰어들었다. 7월 말 기준 본허가를 받은 업체는 40개사, 예비허가를 받은 회사도 13개사에 달한다. 앞으로 업체 수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자산관리와 고유 서비스 시너지=빅테크·핀테크는 ‘고액’ 자산가가 아닌 ‘소액’ 자산보유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SC제일은행이 올 1~2월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전문적인 금융회사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경험해 본 사람은 495명(19.6%)으로 전체 10명 중 2명에 그쳤다.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고 싶은 대상 금액의 경우 ‘5000만원 이하’가 전체 80%를 차지했다.
자산관리를 받아보지 않은 이들이 많은 만큼, 핀테크 업계는 이들의 재미와 편의를 중심에 두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자산이 많지 않아도 관리에 있어 차별을 두지 않고, 개인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소비를 분석해주고, 어떤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 자산이 얼마나 변동됐는지를 넘어 자사의 고유 서비스와 연계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카카오페이는 결제를 하면 잔돈이 자동으로 투자되는 ‘동전 모으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투자 상품의 수익률과 자산 변동 확인이 한눈에 가능하다.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은 마이데이터를 대안신용평가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대안신용평가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제공하는 온라인 소상공인(SME) 대출 서비스나 후불결제 한도 책정 등에 사용된다. 뱅크샐러드 역시 기존에 조회와 분석에 집중됐던 자산관리를 건강과 주거, 자동차 등으로 넓혀 총체적인 ‘라이프 매니지먼트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마이데이터 플랫폼 만들고 고도화=시중은행도 마이데이터 API 의무화 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별도 앱이나 플랫폼을 구축하고 서비스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은 별도 앱인 ‘KB마이머니’ 앱에서 마이데이터 관련 주요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마이데이터를 토대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금융 뿐만 아니라 비금융까지 데이터를 활용 폭을 넓힐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그간 강점으로 꼽혔던 자산관리를 마이데이터 사업을 기점으로 디지털화하고 대중화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하나원큐 앱 내 ‘내자산연구소’를 이달 업데이트하고, 내달에는 리뉴얼해 한층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자산관리에 AI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한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자산관리가 모두에게 필요해지고 있다”면서 “은행들도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비즈니스를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정보 노출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성과 창출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면서 “그런 상황들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