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박물관 복온공주 혼례복 보존처리중 확인
옷의형태 유지토록 겉감-안감사이 종이심 삽입
궁중의 꽃, 흉한것 내쫓는 모란 특별전 10월까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조선시대 공주의 혼례복 형태를 잘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종이심을 옷감에 넣었고, 그 종이가 19세기 과거시험 답안지를 재활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궁중에서 최고의 꽃으로 여기는 모란 무늬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혼례복 중 창덕궁에 있던 활옷을 보존처리하기 위해 정밀분석한 결과, 옷의 형태를 잘 유지하도록 옷의 겉감과 안감 사이에 종이심이 발견됐는데, 이는 1880년 과거시험 답안지를 재활용한 종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6일 밝혔다.
현존하는 2벌 중 나버지 한 벌은 순조의 둘째딸 복온공주(1818~1832)의 것이다. 복온공주는 효명세자(익종)의 누이동생이다. 복온공주의 활옷은 남아있는 것 중 제작시기와 착용자가 명확한 유일한 것이다.
고궁박물관은 7일부터 오는 10월말까지 모란꽃을 매개로 조선왕실 문화를 살펴보는 특별전 ‘안녕, 모란’을 개최하고 창덕궁 활옷, 모란도 병풍, 궁궐 그릇, 가구 등 모란꽃을 담은 여러 유물 120여점을 공개한다.
왕실에서는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을 각종 생활용품에 무늬로 사용하면서, 풍요와 영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나전 가구, 화각함, 청화 백자, 자수물품 등 다양한 유물을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모란은 또 왕실 흉례(凶禮)와 조상을 모시는 의례에 사용됐다. 흉례의 전 과정에 모란도 병풍을 사용한 것은 왕실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관람을 위해서는 누리집을 통해 사전예약을 해야 하며 현장접수도 할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하여 사전예약과 현장접수를 합하여 시간당 100명, 일일 최대 1000명까지 개인 관람으로만 입장이 가능하고 마스크 착용과 발열 여부 점검, 한 방향 관람 등을 지켜야 한다.
고궁박물관은 창덕궁 낙선재에서 포집한 모란향으로 제작한 꽃향기가 전시공간에 퍼지도록 하고, 빗소리와 새 소리 등 정원에서 들을 수 있는 생생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구성해 한결 생생한 감상의 공간이 되도록 꾸몄다고 소개했다.
1부 ‘가꾸고 즐기다’에서는 모란이라는 식물을 가꾸고 감상하며 그림으로 그려 즐기던 전통을 살펴보았다. 전시실은 영상과 조경물로 연출된 정원 형태로 꾸몄다. 국민들은 18~19세기의 대표적 모란 그림인 허련(1808~1832), 남계우(1881~1890)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2부 ‘무늬로 피어나다’는 조선왕실 생활공간을 장식한 무늬로서의 모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았다. 무늬는 장식적 기능과 함께 특정한 상징을 담는 기호이기도 하다. 전시실 전면부는 방 형태로 공간을 구성하고, 창덕궁 낙선재 문살 장식을 활용해 벽면을 연출하고 천장에서 새어 나오는 따뜻한 조명 아래 유물을 배치했다. 혼례용품이 있는 부분은 주변에 삼베를 길게 늘어뜨린 후 혼례복의 다양한 꽃무늬를 활용한 미디어 아트를 연출하여 활옷 무늬에 담긴 각종 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관람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3부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빌다’는 흉례의 절차마다 모란 무늬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각종 의궤, 교의(交椅), 신주 신여(神輿, 가마), 향로와 모란도 병풍을 통해 소개했다.
이 전시공간의 중심 유물은 단연 모란도 병풍이다. 전시장 3면을 모두 모란도 병풍으로 둘렀으며, 관람객이 병풍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유물과 유리면 사이 거리를 좁혔다. 3부 마지막 부분에는 왕의 어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선원전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조성하여 모란도 병풍과 향로, 교의, 의궤를 함께 전시해 왕실의 조상을 모시는 의례와 모란의 관계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안녕, 모란’ 특별전에 조선왕실에서 모란을 사랑했던 마음을 정성껏 담아 전례 없는 전염병 속에서도 국민 모두가 탈 없이 평안하고 아름다운 일상을 되찾길 기원한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