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열린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달 발생한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의 원인 중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보고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자진 사퇴한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들이 사원증을 잡아당기고 초과근무를 신청한 고인에게 “돈이 없어 주말근무를 신청하는 것이냐”며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추가로 나왔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하 노조)은 28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진상규명 최종보고서와 재발방지 대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노조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숨진 A씨의 전·현직 동료 60여명을 상대로 조사, A씨를 비롯한 다른 직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노조는 “임원 B씨의 괴롭힘 행위는 고인뿐만 아니라 상당수 구성원을 힘들게 했음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보드마카를 책상에 던지는 행위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며 사원증 목줄을 당겼다가 놓는 행동, 조직원과 동석한 조직장(리더)에게 ‘조직을 해체시키겠다’는 말을 수시로 해왔음을 복수의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노조에 따르면 임원 C씨 역시 고인의 상급 조직장이 아닌데도 업무 지시로 A씨를 괴롭혔다. 여럿이 있는 업무 메신저창에서 A씨에 대해 공개적인 비난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아울러 C씨는 다른 직원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자리에 없는 사람을 험담하거나 초과근무 시 “돈이 없어서 주말근무를 신청하는 것이냐”는 등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고도 초과근무에 대한 결재도 승인하지 않았다.

노조는 “임원 B와 C씨의 괴롭힘으로 구성원 중 다수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병원 진단과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휴직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B씨의 부당한 지시와 모욕적인 언행에도 고인의 인사 평가, 연봉 인상률, 인센티브(성과급) 수준, 스톡옵션 부여 여부, 조직 해체 등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고인이 이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확인됐다”며 “C씨에 대해서 다른 구성원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개선되지 않자 당시 지도구성원들은 퇴사 혹은 전환 배치로 이를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들 임원의 문제를 알고도 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는 “인사 조직과 퇴사자 면담 시 당사자들은 직접적으로 B씨와 C씨를 언급하거나 언급 이전에 이미 인사 조직이 문제를 인지했던 상황이 확인됐다”며 “심지어 경영진에 면담 요청 시 ‘B씨 때문에 왔느냐, C씨 때문에 왔느냐’고 할 정도로 두 사람의 문제행동에 대해서 인사 조직, 경영진이 모두 알고 있었다”고 했다.

네이버는 상향평가에서 임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있을 경우 경영진에게 보고 후 CIC(사내독립기업) 대표 등 상위 조직장에게도 알려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노조는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원인파악과 원인제공자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며 D씨와 C씨의 해임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재발방지를 막기 위해 노조가 참여하는 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