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HS코드도 없는데 삼계탕이 중국 음식?”
중국이 한국 고유의 전통 문화인 김치, 한복, 판소리 등에 이어 삼계탕까지 ‘넘보는’ 가운데, 삼계탕에 대한 현지 HS코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공정’(문화와 동북공정을 결합한 말)이 도를 넘어섰단 비판이 나온다.
30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에 따르면 중국엔 삼계탕에 대한 국제적 상품분류체계인 ‘HS코드’가 없다.
HS코드는 국가간 상품 교류를 위해 상품 분류 차원에서 국제적으로 부여하는 코드다. 수출시 관세율과 FTA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삼계탕에 ‘1602.32.1010’이란 HS코드를 붙여 관리하고 있다. 또 2015년 한국과 중국이 ‘삼계탕 중국 수출 검역·조건’에 합의하며, 2016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태극 무늬 마크를 넣은 삼계탕을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 해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 기업 임직원 8000명이 한국을 방문해 ‘삼계탕 파티’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삼계탕의 ‘뿌리’가 ‘중국 광둥식 국물 요리’라고 주장하는 중국이 정작 삼계탕을 분류할 자국 기준조차 갖추지 않은 것이다.
앞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백과사전에 김치에 이어 삼계탕도 중국이 한국으로 전래한 중국의 전통 음식이라고 주장했다. 인삼을 얹은 삼계탕 사진과 함께 ‘고려 인삼과 영계, 찹쌀을 넣은 중국의 오랜 광둥식 국물요리로, 한국에 전해져 한국을 대표하는 궁중 요리의 하나가 됐다’고 설명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바이두 측은 문헌 기록 등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급기야 중국의 한 사극에는 삼계탕을 먹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삼계탕은 쉽게 온 것이 아니다. 이 탕에 있는 인삼은 백년 묵은 인삼으로 장백산에 가서 장사할 때 특별히 사온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백산은 중국에서 백두산을 부르는 표현으로, 동북공정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삼계탕의 원조는 닭백숙이다. 삼국시대 때부터 먹었지만, 인삼이나 약재를 같이 넣고 끓이는 오늘날의 삼계탕 요리 방식은 일제 강점기에 이르러 등장했다. 1950년대에 인삼 가루를 넣은 ‘계삼탕’을 파는 식당이 생기기 시작했고, 6.25 전쟁 이후인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삼계탕이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때부터 인삼가루 대신 말린 인삼을 넣는 삼계탕이 본격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