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하마터면 환불값 낼 뻔했습니다.. OO구 OO아파트에 ‘쿠팡거지’ 있으니 배달 마치시고 꼭 사진 찍어두세요.”
배달을 시킨 뒤 음식값을 부정하게 돌려받는 ‘쿠팡 거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고객이 ‘배달을 받지 못했다’며 환불을 요청할 경우 배달기사는 본인 탓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비용 부담을 져야 하는데, 이같은 고객 위주의 정책을 악용한 것이다. 이에 배달기사들은 쿠팡거지로 의심되는 주소를 온라인상에 공유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기도 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 기사들 사이에서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능화된 쿠팡 거지, 수배 현재진행형’이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다. 글쓴이는 지인이 서울 강남 모 오피스텔에 음식 배달을 완료하고 겪은 황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고객 요청에 따라 비대면으로 문 앞에 음식을 두고 나섰는데, 30분 후 고객센터로부터 ‘고객이 음식을 받지 못해 환불 및 취소 요청을 했다’고 전달받았다. 배달 실수이기 때문에 배달비를 지급할 수 없음은 물론 음식값까지 배달기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배달기사는 실수가 없었다고 확신했고, 이에 고객센터에 ‘환불 비용은 낼 테니, 잘못 배달된 음식은 다시 가져오겠다’고 통보한 뒤 현장 확인에 나섰다. 다시 가서 위치를 확인해봐도 접수됐던 주소 앞에 음식을 놓아뒀던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음식은 사라져 있었고, 초인종을 눌러도 누구도 나와보지 않았다. 수상하게 여긴 배달기사는 경찰에 신고 후 오피스텔 CCTV를 살폈다.
충격적이게도 배달을 완료하고 약 15분 뒤, 한 남성이 복도 밖에서 나타나 음식을 챙겨 사라졌다. 근처 주민이 방치된 음식을 챙겨간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특이한 점은 배달이 접수된 해당 호수의 문이 수십분 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문도 열어보지 않은 채 음식이 없다고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해당 글을 본 동종업자들은 “일부러 다른 주소 빈집으로 음식을 시키고 음식을 챙겨간 뒤, 고객센터에는 배달을 못 받았다며 환불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사연이 알려진 뒤, 부정하게 환불을 요청하려던 ‘쿠팡 거지’ 의심 사례가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배달이 완료된 뒤 3시간이 지나서야 ‘음식을 못 받았다’며 연락해오는 고객도 있다. 물론 실제로 배달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3시간이 지나서야 고객 센터에 연락을 취한 점을 봤을 때, 배달기사가 퇴근한 후에는 적극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객이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이 나왔다. 배달을 받지 못했다는 항의에 기사가 ‘사진까지 찍어뒀는데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꼬리를 내리는 고객도 있었다.
적지 않은 사례가 공유되면서, 부정한 환불 요청으로 의심되는 고객의 주소를 공유하기도 한다. OO아파트 OO동 OOO호로 배달이 배정되면 반드시 사진을 찍어두라는 조언과 함께다.
애초에 명확한 귀책사유 검증 없이 배달기사에게 책임을 넘기는 쿠팡이츠의 정책도 함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배달이 정확한 주소로 이뤄졌다는 증거 사진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쿠팡이츠는 배달 파트너에게 변상 책임을 지운다. 배달을 마친 뒤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들며 고객의 주소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본인이 변상한 음식을 다시 찾아올 수도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