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전남친한테 선물받은 에르메스 시계입니다. 구입 당시 590만원대였는데 299만원에 팝니다. 고가라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쓸 일이 없을거 같네요."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사용자들의 ‘추억 정리소’가 되고 있다. 헤어진 연인에게 받았던 선물을 각자의 사유로 중고 시장에 내놓는다. 3000원대 인형부터 수백만원에 달하는 명품 시계와 가방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10일 당근마켓에 ‘전남친’을 검색하니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검색됐다. 전남친이 인형뽑기에서 뽑아줬다는 인형, 크리스마스로 선물해준 명품 지갑 등이 있었다.
수백만원이 넘는 고가의 시계도 있었다.
600만원에 달하는 명품 에르메스 시계를 올린 판매자는 “전남친한테 선물받은 에르메스 시계입니다”라며 “결혼했는데 다른 건 전부 버리거나 누구 줬지만 이건 고가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쓸 일이 없을 거 같다”고 판매 이유를 밝혔다.
판매 사유는 다양했다. 아무 생각없이 가지고 있다가 현 애인에게 들켜 판매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A씨(34)는 전애인으로부터 받은 명품 가방을 현 애인이 대신 팔았다. A씨는 “전 애인이 준 선물이라는 걸 알고는 현재 애인이 매우 기분 나빠했다”며 “평소 당근마켓을 애용하던 현 애인이 비싼 값에 팔아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품에 큰 관심이 없어 파는게 아깝지는 않았다. 한꺼번에 100만원 넘는 돈이 들어와 좋았다”며 “고가의 물품도 당근마켓에서 곧잘 팔린다는걸 알게 돼 신기했다”고 말했다.
판매자들은 대부분 “전 애인이 준 물건을 계속 들고 다니기 껄끄럽다”고 말했다. 프라다 가방을 올린 B씨는 “이탈리아에서 구매한 가방으로 전남친이 선물한 거라 헤어진 후에 들고 다니기가 좀 그렇다”며 "사귈 때는 모시고 다니느라 자주 못 들었고 헤어지니 계속 갖고 있기가 애매하다"고 밝혔다.
전 애인에게 받은 선물을 한꺼번에 올리며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경우도 있다. '전여친·전남친 컬렉션'이란 명목으로 목걸이와 티셔츠, 인형, 폰케이스 등을 한데 모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물건과 함께 웃지 못할 사연을 공유하기도 한다. 한 이용자는 “권태기 극복하려고 커플 전용 콘서트 티켓을 샀는데 애인이 바람났다”며 허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8만원짜리인데 깜짝 선물로 급하게 산 티켓이라 환불이 안 돼서 ‘무료 나눔’한다”며 “필요한 커플 메시지 달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