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흥지구 LH직원 투기현장 가보니…
내부정보 이용 투기에 불신↑
“이번 건 시작으로 전부 의심해봐야”
사업주체 신뢰 흔들…3기신도시 철회 주장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LH 직원이 (땅 투기) 했으면 그 위인 국토부 직원들도 다 했겠지. 돈 되는건 데 안 샀겠어? 가족이고 친척이고 사돈 팔촌 다 샀겠지.”(시흥시 과림동 내 영세공장 사장)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H 직원 13명이 광명시흥지구의 3기신도시 지정 발표 이전에 지역 내 12개 필지를 취득한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국토부는 또 광명시흥을 포함한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해 국토부 등 공공기관 직원 및 가족에 대한 토지거래현황 등을 전수조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미 현장 민심은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이날 LH 직원이 샀다는 시흥시 과림동 내의 땅 2필지를 찾았다. 어른 허리까지 오는 높이의 묘목이 2000여평에 촘촘하게 심어져 있었다.
지난해 봄 이 묘목을 심는 장면을 직접 보았다는 이 지역 주민 A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왜 갑자기 논을 갈아엎고 나무를 심나 했는데 LH직원이 산 땅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언급했다.
그는 “제가 차라리 작물을 심지 수확도 안 되는 나무를 뭐하러 심냐고 참견했었는데 참 바보같았다”며 “우리는 하루하루 벌어서 겨우 사는데 공무원들이 미리 정보를 알아서 땅을 사놓는 건 정말 나쁜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영업을 해온 B공인 대표는 “이 주변에서 최근 거래된 땅들 토지대장을 떼어 보면 새 땅주인들이 지방에 거주하는 30대, 40대가 많다”며 “지방 사는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왜 땅을 살까, 땅은 대출이 많이 나와서(최대 75%) 투자하는건가, 궁금해 했는데 이제보니 여기도 다 조사해봐야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광명시흥지구의 3기 신도시 지정 자체를 원천무효화 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C공장 사장은 “여기를 수용해버리면 저희는 생계가 직결된 사업터를 잃는 것”이라며 “도시에서 아파트 재건축 할 때 상가 소유주들이 반대하는거랑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야적장을 운영하는 D씨도 “여기에 있는 공장, 고물상, 야적장 하는 사람들은 땅주인이 아니라 전부 임대료를 내고 있는 서민들”이라며 “백 명한테 물으면 백 명이 다 개발에 반대한다고 대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땅 주인들도 월세를 받으면서 이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있고, 여기서 보상받고 다른 데 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나뉘어서 이해관계가 아주 복잡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5일 오후 2시에 시흥광명 신도시 대책위원회라는 곳에서 주민설명회를 연다고 플래카드를 통해 알리고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와 주민들에 따르면 이 대책위 내부에서도 수용방식과 환지방식을 두고 다투고 있다.
환지방식은 돈으로 보상하는 수용방식과 달리 토지가 수용된 토지주에게 개발구역 내 조성된 땅(환지)을 주는 방법을 말한다. 원래 가지고 있던 땅의 6:4, 8:2 등 비율을 정해 새롭게 조성된 땅으로 바꾸어 준다. .
사업주체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자 3기 신도시가 탄생하기는 글렀다는 예상을 내놓는 주민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막대한 토지보상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대로변에 신축건물 다 올라간거 봤죠? 시에서 한번도 이런 건물 짓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방임해놓고 이제와서 수용하겠다고 하면 돈이 얼마나 들까요. 이뿐만인가요. 이 안에 공장, 고물상들이 1만 여개에 달합니다. 보상작업부터 부닥칠게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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