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방지협회, 정인이 양부·양조부 담긴 영상 공개
정인이 양부, 대아협 관계자에게 “이러는 것, 아동학대”
양부, 세번째 공판 앞서 “처벌 달게 받겠다” 2차 반성문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양부모로부터 학대 당해 숨진 정인이의 양조부(양할아버지)가 이번 사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3일 헤럴드경제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가 지난 1월 26일 정인이 양조부가 목사로 있는 경북 안동 A교회 앞에서 찍은 영상을 단독 입수했다.
영상에는 대아협 소속 관계자들과 정인이 양부 안모(37) 씨, 양조부가 실랑이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대아협 소속 인물이 안씨에게 잘못한 것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잘못한 것 있으면 처벌받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양조부는 “아직 법으로 결정된 것도 없는데, 자꾸 한쪽 말만 듣고”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당시 현장에는 안씨의 첫째 딸도 함께 있었다. 안씨는 항의하는 한 관계자를 향해 “지금 이러는 것도 아동학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지금은 안 된다.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안씨는 지난 2월 말 법원에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안씨는 반성문을 통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했던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건 전적으로 내 무책임과 무심한 때문”이라며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사죄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에선 그토록 잘 보였던 이상한 점들에 대해 왜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별 문제 아닌 것으로 치부했는지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많은 자괴감이 들었다”며 “부모로서의 도리를 전혀 하지 못했으면서도 아이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심지어 오해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말까지 했으니 부모로서는커녕 인간으로도 자격 미달”이라고 언급했다.
두차례 반성문에도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공혜정 대아협 대표는 “양부가 선고를 앞두고 뒤늦게 반성문을 제출한 건 형량을 줄이기 위한 의도라고 밖에 판단되지 않는다”며 “법원이 사건 자체의 중대함을 인식해 강력한 처벌을 해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은 정인이 양모 장모(35) 씨와 안씨의 공판을 진행됐다. 이날 공판은 지난 1월 13일과 2월 17일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공판으로, 증인신문 등 재판 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장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한 만큼 지난 공판에 이어 증인 신문을 통해 사망 당일 정인이가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을 인지했는데도 계속 폭행했다는 주장을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씨 측은 정인이를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다며 검찰이 적용한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