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흥→3기 신도시 전체로 확대 조사 검토”

업무 관련성 등 파악해 수사의뢰방침 세워

향후 신규택지 추가돼…재발방지 방안도 마련

[헤럴드경제=양영경·민상식 기자]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이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 부동산을 무더기로 매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를 3기 신도시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도 LH 직원뿐만 아니라 국토부 직원과 직계가족 등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한다. 앞으로는 신규택지 공개 전 토지매입 현황을 살펴보는 등 재발방지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와 관련 철저한 조사와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단독] 정부 “투기의혹, 3기 신도시 전체로 확대 조사…국토부 직원도 대상”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을 받는 LH공사 직원의 명단과 토지 위치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조사 대상을 확대한 가운데 사전 정보를 입수해 땅을 산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 3기 신도시 추진이나 2·4 대책 이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관련 의혹이 제기된 광명·시흥 뿐만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로 확대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조사 대상 역시 LH 직원과 국토부 직원, 배우자, 친인척 등으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LH 직원 10여명이 광명·시흥 토지 2만3000여㎡를 신도시 지정 전에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신도시 지정 전 땅 투기에 나섰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단독] 정부 “투기의혹, 3기 신도시 전체로 확대 조사…국토부 직원도 대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 신도시 사업지역에 100억원대의 토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국토부는 공공주택본부 차원에서 실제 토지를 사들인 LH 직원이 어느 정도 있는지, 업무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파악 중이다. 일단 내부 조사에서는 LH 직원 13명이 광명·시흥 땅을 신도시 지정 전 선제로 구입한 것으로 잠정 파악했다.

여기서 신도시 지정과 관련된 업무 정보를 이용해 땅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면 적극적으로 수사의뢰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국토부는 재발방지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앞으로도 2·4 대책에 따른 추가 신규택지 발표 일정 등이 남았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공공주택특별법으로 강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사전에 더 확실하게 방지할 방안을 추가로 검토해 지도·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 정부 “투기의혹, 3기 신도시 전체로 확대 조사…국토부 직원도 대상”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과 공공기관 직원 등에 대한 불신으로 향후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는 ‘공공주도’의 공급 방안을 강조하며 민간의 참여를 독려했는데, 투기 차단에 나서야 할 공공이 관련 의혹에 휘말리면서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의 공급 일정은 예정된 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앞서 광명·시흥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구지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 전까지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에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수조사는 총리실이 지휘하되, 국토부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 한점 의혹도 남지 않게 강도 높게 하라”며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 등 엄중 대응하라”고 했다.

아울러 “신규 택지개발 관련 투기 의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