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아니 도대체 어떻게 배달했는데 치킨이 이렇게 되죠?”
서비스업의 기본 소양을 갖추지 못한 ‘대충대충’ 배달 문제로, 애꿎은 점주만 피해를 입는 상황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배달 리뷰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져 해당 점포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가 ‘배달’ 서비스 자체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각종 배달 관련 커뮤니티에는 ‘슬리퍼 착용’ ‘꾸깃꾸깃 집어넣어 흘러버린 음식물’ ‘비닐포장도 없이 전달’ 등 대충대충 배달 사례들이 공유되고 있다. 최근에는 “치킨집에서 배달 대기 중이었는데, 슬리퍼를 짝짝 끌고 와서 음식을 받아 가더라”라며 “슬리퍼 신고 운전하는 것에 대해선 뭐라고 안 하지만, 받는 고객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또 엉성하게 배달음식을 챙기려다 결국 훼손하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글도 게재됐다. 글쓴이는 “배달업자가 별도의 가방을 쓰지 않고 개인 가방에 넣으려다 바닥에 떨어트렸고, 결국 비닐봉지에는 국물이 다 샜다”며 “그런 뒤에도 다시 가방에 꾸역꾸역 넣더니 킥보드를 타고 그냥 가버렸다”고 적었다.
이에 앞서 실제 떡볶이 국물이 다 새버린 사진과 함께 배달원의 잘못을 고스란히 점주가 떠안아야 하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글쓴이는 “매장에서는 죄송하다며 음식을 새로 만들어서 보내줬다. OO라이더 잘못인데, 자꾸 죄송하다고 하니 내가 다 죄송하더라”라고 적었다. 이밖에도 포장지도 없이 달랑 치킨을 한손에 들고 도보 배달하는 장면이 공유되는 등 책임감을 지적받는 배달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배달 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동종 업계서도 지탄을 받는 모습이다. 특히 낮은 리뷰 점수를 떠안아야 하는 점주들은 평판 하락, 매출 감소 등 실질적 피해로 이어진다.
이같은 지적에 배달앱들은 음식이 아닌 ‘배달’ 서비스 자체에 대한 별도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주문 완료 후 작성할 수 있는 ‘리뷰 쓰기’에 기존의 메뉴 평가란 외에 ▷시간 내 도착 ▷친절 ▷요청사항 이행 등 항목에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배달 평가’란을 마련했다. 쿠팡이츠도 ▷늦게 도착 ▷흘림·훼손 ▷음식 온도 등 8가지 배달 리뷰 평가를 운영 중이다 .
그러나 점주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식물 훼손과 관련 배달라이더가 본인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면 ‘귀책 없음’으로 처리되는데다, 배달이 완료되고 난 뒤 사후 평가만으로는 음식 훼손이 누구 책임인지 가리기 어렵다는 이유다.
더불어 배달 서비스 평가하는 시스템은 애초에 라이더들에게 책임을 묻는 용도로는 활용되지 않는다. 배달의 민족은 평가 기준에 대해 ‘좋아요’는 누를 수 있지만, ‘싫어요’나 서술형 평가란은 마련하지 않았다. 쿠팡이츠 측도 배달 서비스 평가 시스템과 관련해 “주문자의 평가는 개개인 배달 기사에게 이익,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평점으로 인한 계약 해지 등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