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요청 없고 식당 영업 단축에 집중…‘반쪽 대책’ 논란

日 ‘코로나 긴급사태’ 맞아?…5000명 참가 경기·공연도 허용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7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선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에 대해 선포 시점이 너무 늦었고 작년에 선포된 첫 긴급사태와 비교하면 방역 대책이 느슨하다는 지적과 함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대책 내용은 눈에 띄는 휴업 요청이 없다는 것이다.

작년 4월 7일 긴급사태를 처음 발령했을 때는 체육관, 스포츠클럽, 파친코, 유원지, 영화관, 박물관, 미술관 등 다중 이용 시설이나 유흥업소 등에 대해 휴업을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이런 휴업 요청이 없다.

교도통신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이번에 긴급사태가 선포된 각 광역자치단체는 파친코, 영화관, 운동시설, 대형 상업시설 등에 대해서는 영업시간을 오후 8시까지 해달라고 협력을 요청하는 데 그쳤다.

‘신형인플루엔자 등 대책특별조치법’(이하 특조법)에 따른 영업시간 단축 대상은 음식점과 노래방으로 압축됐기 때문에 파친코 등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조치는 특조법과는 별개로 이뤄진 협조 요청일 뿐이다.

특조법에 따른 대상인 음식점 등은 영업시간 단축 시 하루 6만 엔(63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며 거부하면 업체명이 공표될 수 있다.

반면 파친코 등은 특조법의 대상이 아니라서 영업 단축 여부가 운영자의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 영업 단축에 따른 지원금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응할지는 미지수다.

또 작년 긴급사태 때는 당국이 대규모 행사 개최 자제를 당부했고 크고 작은 행사들이 대거 취소·연기됐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시설 정원의 50% 이하이면서 5000명 이하의 인원을 입장시킨다면 대규모 스포츠 경기나 공연도 가능하다.

게다가 이번에는 작년과 달리 유치원과 초중고, 대학에도 휴원·휴교를 요청하지 않았다.

한 술 더떠 주민들에 대한 요청도 달라졌다. 작년 긴급사태 때는 시간을 명시하지 않고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번에는 ‘오후 8시 이후’에 특히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렇듯 이번 긴급조사태 선언은 전반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느슨해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긴급사태가 처음 선포된 작년 4월 7일에는 일본 전체의 하루 신규 확진자가 368명이었는데 이달 7일 일본의 확진자는 20배를 웃도는 7570명(NHK 집계 기준)이다.

도쿄도(東京都)의 7일 확진자가 2447명으로 작년 긴급사태 발령 당시의 일본 전체 확진자의 6배를 훌쩍 넘는 상황이다.

상황은 더 심각한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허술하게 하는 것은 스가 정권이 여전히 경기 부양을 중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8일 이번 긴급사태와 함께 시행되는 조치에 대해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 요청이 주요 내용이다. 다른 업종에 영향을 주는 것을 피하고 경제가 얼어붙는 것을 최소한에 그치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행사를 허용한 것은 올해 여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긴급사태 선포 자체가 늦은 것도 문제인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약해서 단시간에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