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사전 논의 없었다…‘방빼’ 통보에 당혹”

일부 대학, 대체 숙소 마련…서울 주요 대학은 논의 중

“병상 부족 심각하니 어쩔 수 없다”

대학 기숙사 병상 활용에 학생들 ‘당혹’…“전월세도 올랐는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동원조치로 생활치료센터로 전환 예정인 경기도 수원시 경기대학교 경기드림타워를 방문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병상이 부족한 수도권 지자체들이 대학교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대학가가 고심하고 있다. 학생들은 생활치료센터 전환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방학 내 기숙사 거주 인원을 위한 대체 숙소 마련 및 방역 대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18일 대학가 등에 따르면 경기대는 지난 17일부터, 서울시립대는 오는 22일부터 캠퍼스 내 기숙사의 생활치료센터 전환이 이뤄진다. 서울시는 서울대를 비롯해 권역별로 대학 병원을 갖춘 연세대와 고려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에도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 병동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생활치료센터 마련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갑작스러운 소식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아직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지 않은 데다 방학 중에도 연구실에 출근하는 대학원생, 계절학기 수강생 등 방학 동안에도 기숙사 거주 인원이 많기 때문이다. 학생 대표와의 논의없이 일방적인 통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수영 경기대 부총학생회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 13일에서야 언론을 통해 16일까지 기숙사를 비우라는 소식을 접했다”며 “19일까지 퇴사일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일방적으로 방을 빼게 됐다. 기말고사 시험 및 과제 제출 등 2학기 학사 일정이 끝나지 않은 상당수 학생들이 당혹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경기대의 경우 보훈 교육원에 대체 숙소가 마련돼 기숙사에 머물던 일부 학생들이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재학생 A씨는 “서울대는 연구실에 근무하는 대학생을 포함해 방학에도 기숙사 거주 인원이 다른 대학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교 본부가 학생들의 주거 공백을 해결할 방안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전에 자가격리시설로 사용된 적이 있는 호암교수회관이 생활치료센터로 전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대학원생 임모(24)씨 역시 “생활치료센터 전환으로 논의되는 기숙사는 방학 동안에도 상주 인원이 가장 많은 대학원생 기숙사다”며 “주위에서 ‘자취방을 알아봐야 하냐’는 말이 나온다. 서울대 인근 전월세도 올라 다들 걱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화여대 재학생 이모(19) 씨는 “나 같은 지방 학생들은 불편할 테지만 병동 부족 상황이 심각하니 기숙사의 생활치료센터 전환에는 동감한다”며 “방을 비우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 계절학기도 온라인 수업이니 본가로 내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