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8일 영장실질심사…영장에 성추행 포함
‘정부, 정치권 권력형 성추행 소극적 대응’ 비판도
여성계 “정부의 결단, 韓 권력형 성범죄 변곡점”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에 또다른 성추행 혐의가 추가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끊이지 않는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여성계는 정부가 소극적 태도를 벗어나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사회 깊숙히 스며든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18일 부산지법은 오 전 시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번 사전구속영장에 오 전 시장이 지난 2018년 11~12월 또다른 시청 여직원을 성추행하려 한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지난 6월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지 6개월 만이다. 앞서 오 전 시장은 4월 직원 성추행 혐의를 인정해 사퇴했으나, 두 번째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의 또다른 성추행 의혹 제기로 ‘갑을관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비난 여론은 다시 커지고 있다.
앞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난 7월 시청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혐의가 불거지자 스스로 삶을 마치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소극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8월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오거돈, 박원순, 안희정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질문에 “수사 중인 사건의 죄명을 규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답변을 내놔 비판을 받았다. 오히려 피해자의 일부 여당 지지자들로부터 신상이 공개되고, 악성 메시지를 받는 등 2차 피해에 시달리기도 했다.
권력형 성범죄는 정치권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직장, 군대 등 위계질서가 있는 조직 어디서든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권력형 성범죄로 볼 수 있는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추행 발생 건수는 최근 5년 간(2015~2019년) 총 1550건에 이른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지 못하고 은밀하고 상습적으로 반복되는 권력형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현재 불거진 정치권의 권력형 성범죄를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대한민국 권력형 성범죄 근절의 변곡점”이라며 “만약 이를 잘 해결하지 못한다면, 사회 도처에 만연한 권력형 성범죄가 절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