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野 비토권 삭제 25일 개정안 처리”
국민의힘 “추천위 제역할 해야” 중재 촉구
여야 격돌 살얼음판…정국 파행 우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무산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비토권’을 삭제한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깡패짓”, “짜놓은 각본대로 폭주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정국이 살얼음판에 접어들면서 정기국회 파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9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의 인내는 없다”며 “25일 법안소위를 개최해 여야가 발의한 모든 법을 병합 심사할 것이며 합리적 안을 도출해 정기국회 내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혜련 민주당 간사는 “국민의힘이 온갖 꼼수로 국민의 열망을 고스란히 담아낸 공수처법의 정신과 취지를 훼손했다”며 “반개혁 세력의 공수처 난도질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백 간사는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 종료일이 12월 9일인데 그 전에 개정안을 공포하고 시행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합의 의사를 전해오더라도) 법 통과를 위한 개정에 착수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여당 법사위원 역시 “우리 당은 이미 (법안 처리 및 출범) 날짜를 다 정해놨다”며 “소위가 25일로 예정돼있는데 그날 시작함과 동시에 끝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천위를 다시 가동시켜 공수처장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수처장 후보를 내지 못했는데도 추천위 종료를 선언한 것은 “처음부터 공수처법 개정을 염두에 둔 ‘형식적인 심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이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라도 추천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중재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여권이 주도해 온 추천위가 ‘활동 종료’를 선언하자 여당이 기다렸다는 듯 공수처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며 “3차 회의 전부터 ‘법사위에 개정안이 가있다’(여당 대표), ‘법 개정 외엔 방법이 없다’(여당 법사위 간사) 등 강행처리를 예고하더니 짜놓은 각본대로 폭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당의 법 개정 시도는) 법치국가에서 상식에 위반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 예고에 “그런 깡패짓이 어딨나”라고 날을 세웠다.
법사위 소속 유상범 의원은 “당초 추천위원들이 추천키로 예정했던 5명씩을 추가로 다 검증해보고 종료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이렇게 서둘러 종결하는 것은 처음부터 법 개정을 하겠다고 상호 양해하고 형식적으로 회의를 한 것 아니겠나”고 꼬집었다.
다만, 의석수에서 밀리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공수처법 개정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추천위 재가동 역시 야당 추천위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추천위원들이 활동 종료에 동의한 만큼 현실화 가능성은 적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예산심사, 정기국회 보이콧 등이 거론되지만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윤희·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