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9만2538명 ‘역대 최대’
처벌인원은 780명 불과…벌금·집행유예 대부분
환수금액, 지급된 금액의 17%…보험료 인상에 영향
윤두현 “전체 보험가입자 피해…수사전담반 필요”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2014년 자동차 사고로 1급 장해판정을 받은 A씨는 4개 보험사로부터 약 10억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러나 ‘사지마비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던 A씨는 자유롭게 생활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사업까지 활발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016년 이후에는 운전 중 교통법규 위반으로 수차례 과태료를 부과 받기도 했다.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이 9만2000여명에 달하지만 정작 처벌은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도 처벌의 약 76%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인원은 9만2538명, 적발 금액은 8809억1200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인원은 780명으로, 전체 적발인원의 0.84%에 불과했다.
세부적인 처벌 수위를 살펴봐도 징역형은 187명에 불과했으며 벌금형 295명, 집행유예(재산형 포함) 294명, 선고유예 4명 등으로 집계됐다. 4명 중 3명이 가벼운 처벌에 그친 것이다.
이는 2017년과 2018년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연도의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각각 8만3535명, 7만8179명을 기록했다. 적발 금액은 각각 7301억1800만원, 7981억6100만원으로 증가했지만 처벌 인원은 각각 105명(0.13%), 531명(0.63%)에 머물렀다.
보험사기 특별법에는 보험사기 적발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수위는 낮았다. 지난해 보험사기로 벌금형을 받은 인원 295명 중 79%인 234명이 500만원 미만의 형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징역형 역시 전체 187명 중 90%가 3년 미만의 형(1년 미만 92명, 3년 미만 76명)이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험사기 특별법이 시행된지 5년이 지나가고 있으나, 보험사기가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보험사기는 대부분 보험금 지급 후 의심, 조사를 할 수 있어 즉각적 적발이 어려우며, 적발돼도 상당수가 벌금형에 그치는 등 처벌이 미약한 것도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기 처벌 규모가 작은 원인 중 하나는 보험사기를 적발하더라도 보험금을 수령하지 않거나 돌려주는 경우 보험사가 수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수사기관 역시 전문성이 부족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보험사기에 수사력을 집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라고 하면 과거에는 단순 교통사고 자해 등을 떠올렸다면 최근에는 조직적 공모를 통한 지능범죄의 양상을 띄는 경우가 늘었다”며 “병원과 환자가 공모하거나 중간에 브로커가 끼는 경우도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사기 피해가 고스란히 전체 보험가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지난해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환수금액은 370억4600만원으로 전체 적발 금액 중 이미 지급된 금액의 17%에 불과했다. 2017년과 2018년에도 각각 15.5%, 13.9%에 그쳤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2018년 기준 보험사기로 인한 공·사보험 재정 누수 규모가 약 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윤 의원은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선량한 전체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며 “누수된 보험금이 보험료 인상분에 과하게 반영되지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보험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기관에 전담반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