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군 당국은 지난 21일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월북 시도 끝에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 단속정에 의해 발견됐으나, 북한군은 A씨의 월북 의사를 확인하고도 총격을 가해 사살했으며 시신을 해상 선박에서 불태우는 만행까지 저질렀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실종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 40분께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1명 정도 탈 수 있는 부유물에 탑승한 기진맥진한 실종자를 최초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군은 그로부터 1시간 10분여가 지난 오후 4시 40분쯤 북측 선박에 탄 사람이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에서 실종자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북측 인원은 실종자로부터 일정 거리를 두면서 방독면을 착용한 채 월북 관련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군은 다시 5시간여가 지난 밤 9시 40분께 상부 지시를 받고 A씨에게 총격을 가하고, 22시 10분께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군이 22일 오후 3시 40분께 실종자를 발견해 심문한 뒤 불과 7시간여만에 사살을 결단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단속정이 상부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이며, 방독면을 착용하고 방화복을 입은 군인이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뿌린 뒤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A씨가 실제로 월북 의사를 북한군에 밝혔는지에 대해 "여러 첩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A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그 정황을 상세하게 공개할 경우, 우리 정보자산이 노출될 수 있어 관련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한군 경계병이 외부로부터의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북한 접경지역 방역 지침에 따라 A씨에게 총격을 가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에 그런 지침이 있더라도 이런 식으로 신속하게 사살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다는 반응이다.
군 관계자는 "당시 실시간으로 실종자 행방을 파악할 수는 없었고, 시간이 지난 뒤 여러 첩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북한군이 A씨를 이런 식으로 사살하고 불태울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육군중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지난 21일 낮 13시경, 소연평도 남방 1.2마일(약 2㎞)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1명이 실종됐다는 상황을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접수했다"면서 "실종된 어업지도 공무원 A씨는 지난 21일 소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우리 군은 북한의 이러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아울러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