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확장재정의 '족쇄' 이달 중 발표…빨라야 내년 통과

도입 시점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문재인 정부는 적용 대상서 빠져

국회 통과도 쉽지 않아…여당 반대 심한데다 '유연한' 재정준칙에 논란 예상

文정부는 쏙 빠진 재정준칙, 다음 정부로 폭탄 돌리기? [위기의 재정]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문재인 정부가 마련 중인 이른바 '확장재정의 족쇄'로 불리는 재정준칙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 어느 때보다 돈을 '펑펑' 쓰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할 때의 기준을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뒤늦은 자기 반성처럼 비춰지기도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재정준칙을 만드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정작 문 정부는 재정준칙을 따를 필요가 없어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40일 간의 입법예고와 규제개혁, 법제처 체계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게 된다. 국회로 법안이 넘어가는 시점은 빨라야 오는 12월이 될 수 밖에 없다.

내년 중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재정준칙이 처음 적용되는 것은 2022년 예산 편성부터다. 그 해 5월에는 대선이 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는 재정준칙을 지킬 필요가 없는 셈이다. 부담은 온전히 다음 정부의 몫이다.

재정준칙은 총지출, 채무비율 등에 관해 상한선을 두고 준수하게 하는 기준을 말한다. 여론 압박에 못이겨 도입을 추진하지만 확장재정을 쓰려는 현 정부에겐 걸림돌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의도적으로 재정준칙 도입 시점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21대 국회 첫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8월 중 재정준칙을 내놓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만약 연내 재정준칙을 도입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지난 6월에 입법예고에 들어갔어야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장기재정전망을 국회에 처음으로 의무 제출하다보니 시간을 두고 재정준칙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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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회로 넘어가더라도 법 통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여당의 반대가 심하다. 최근 기동민,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정치적 논쟁을 부르고 국가적 역량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재정준칙 도입이 꼭 필요하다며 4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그렇더라도 2022년 대선에서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들은 법 통과를 반대할 수 있다.

재정준칙 속 '유연성'도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기재부는 경기대응성이 높은 재정준칙을 만들고 있다. 총지출 증가율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지출 증가율+5%포인트'로 제한하는 식이다. 재정적자 관리 목표도 매년 지키도록 하기보다 '3년 연속 목표치를 밑돌면 안 된다'는 식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유연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재정준칙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의무보다는 권고 수준에 그칠 우려도 있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데다 재정준칙의 적용기간을 5년으로 한다면, 재정준칙의 준수 여부를 5년 후에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기백 한국재정학회장은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재정준칙을 도입했어야 한다"며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는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재정준칙을 제안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