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정부의 선택지가 하나 둘 줄고 있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논의는 없던 일로 끝났고,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인접한 육군사관학교를 연계 개발하는 방안은 제외됐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 실효성 있는 공급대책이 나올 수 있을 지 시장의 의문이 더해지는 상황이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논의했다. 홍 부총리를 비롯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등은 이 자리에서 신규택지 발굴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조속한 시일 내 결론을 도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최근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됐던 육사 부지는 개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육사 부지 개발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검토 지시한 태릉골프장 부지에 한해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당초 태릉골프장(83만㎡)에 인근 육사 부지까지 총 150만㎡를 개발하면 2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인근 구리 갈매지구와 연계하면 일대가 ‘미니 신도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현재 신규 부지 후보로 송파구 잠실·탄천 유수지,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공공기관·국책연구기관 부지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공급 여력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정부는 이후 ‘7·10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에서도 신규택지 발굴에 더해 도심 고밀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공공 재건축·재개발 시 도시규제 완화,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등을 동원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이 추가 ‘발굴’을 지시했으나, 공급책을 내놓은 지 두달여 만에 새로운 부지를 추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심 내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 나온다. 하지만, 이 자체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공급을 걱정하면서도 (재건축 관련 등 ) 규제를 풀어주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이어서 고민스러울 것”이라며 “국·공립부지를 활용하더라도 단기에 유의미한 수준의 물량이 공급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