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아파트 매매값 7개월간 20%↑…전국 최고치
“부동산 가격 잡겠다고 수도 이전, 황당한 얘기”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집값이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세종시가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최근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추진 방침을 밝히고, 주요 여권 인사들도 속속 동조하며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참여정부 때인 2004년 행정수도 이전 정책에 대해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위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여당은 법 개정으로 추진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권에서는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이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조율도 안된 부동산 대책을 연거푸 쏟아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집값을 내릴 목적으로 수도를 옮긴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으며, 서울의 집값 안정에도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행정수도를 옮기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어처구니 없는 얘기”라면서 “행정수도를 이전해 세종시의 집값이 폭등할 경우에는 또 다른 지역으로 수도를 옮겨야 하냐”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서울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의도가 아닌 국토 균형 개발 방안 중 하나로 행정수도 이전을 고려해야 하는 등 논의하는 구조가 달라야 한다”면서 “행정 권력을 옮긴다고 서울이 갖고 있는 지리적·경제적 수요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6·17 대책으로 대전 주요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인근 세종시는 풍선효과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값은 올해 들어 이달 중순까지 7개월간 20.19% 넘게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나타냈다.
세종시 아파트 매매값 변동률은 지난 5월 0.33%에서 지난달 2.55%로 올라 상승폭이 커졌다.
세종시 어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국회 등 행정기관 이전 이야기가 나오면서 문의전화가 수십통이나 늘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이미 일부 단지는 호가가 1억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세종시 집값이 상승할수록 시세보다 저렴하게 특별공급 분양을 받은 공무원들이 이익을 보게 됐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행정수도 이전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등 실효성 있는 주택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 규제를 풀어서 기존 도심 내 용적률 높이거나 재건축·재개발을 허용해주면 좋은 입지에 수요자가 원하는 물량이 대량 공급된다”면서 “이걸 빼고 집값을 잡을려고 하니 그린벨트 해제나 4기 신도시 조성, 행정수도 이전 등의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현 정부는 주택 공급량을 전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등 부동산 상황이 점점 꼬이고 있다”면서 “정부가 절반을 공급하면 나머지 절반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