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고려대 캠퍼스 내에 ‘청테이프 문구’ 붙여져
서울대·연세대 캠퍼스 게시판에도 朴비판 ‘대자보’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추가 피해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대학가에 그를 비난하는 문구와 대자보가 나붙었다.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 의혹과 고소 사실 유출에 대해 대학생들의 분노가 쏟아지면서 집단 행동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소재 고려대 서울캠퍼스 내 게시판에 ‘박원순 더러워’라는 ‘청테이프 문구’가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연서명 대자보 위에 붙었다. 이와 함께 박 전 시장은 물론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개노답 성추행 삼형제’, 민주당을 ‘더듬어민주당’이라고 비난하는 내용의 만화가 함께 부착됐다. 박 전 시장을 비난하는 문구는 지난 14일 서울시청사와 서울도서관 앞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해 자진 사퇴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오 전 시장에 대해 강제추행,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과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 시장을 비난한 청테이프 문구는 현재 모두 철거된 상태다. 고려대 비상대책위원회는 게시자 미상, 게시판 훼손 등 자치 규약을 위반해 해당 문구를 철거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기존 대자보 위에 청테이프를 붙인 행위는 대자보 임의 훼손이라는 이유도 들었다.
박 시장을 단순 비난하는 청테이프 문구뿐 아니라 대자보 또한 대학가에 등장했다.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자유게시판에도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 게시판에도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에 대해 대해 서울시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지난 14일 게시됐다.
대학생들은 박 전 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피소를 두고 벌어지는 정파 간, 진영 간 견해 차에 분노를 표출하며 적극적인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우모(26)씨는 “시장의 공(功)을 떠나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고 말했다. 우씨는 최근 일부 여당 인사들의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인사들 중 고령의 의원들은 나이가 워낙 많아서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면서도 “40~50대 의원들은 비교적 젊은 편인데도 사고가 꽉 막혀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게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이 피해자의 감정과 경험에 공감하기 때문에 분노한다고 분석했다. 김현수 한양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나와 완전히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스트레스가 덜 할 것”이라며 “자신과 관련이 크다고 생각할수록 더 불편한 감정이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