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혐의, 1심과 같이 계획범죄 인정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왕정옥)는 15일 살인과 사체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에 대해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 남편에 대한 범행과 관련해 중대한 생명 침해, 잔인한 범행 방법, 피해자 유족의 고통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의붓아들 살인 부분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고유정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어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쟁점은 검찰이 추가 기소해 1심에서 무죄판단을 내린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혐의 성립 여부였다.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3월 2일 새벽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의 등 뒤에 올라타 손으로 아이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하고 뒤통수를 10분간 강한 힘으로 눌러 숨을 쉬지 못하게 해 질식에 이르게 했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현 남편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평소 잠버릇이 있어 포압사(몸에 눌려사망하는 경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피해자의 정확한 사망시각을 추정하기 어려워 피해자 사망시간에 고유정이 깨어 있었다거나 집안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현 남편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고유정의 휴대전화 메모, 피해자와의 평소 관계 등에 비춰 살인의 동기가 인정되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들며 “고유정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의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살인·사체손괴·은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고유정도 인정하고 있지만 계획범죄가 아닌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 범행이라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자 혈흔의 범위와 형태, 피해자 혈흔에서 검출된 졸피뎀, 범행 후 고유정이 피해자에게서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보낸 허위의 문자 메시지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성폭행을 시도해 고유정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