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고소인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13일 서울시청 앞에 시민들이 모여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뉴스24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 측이 피해 사실을 서울시 관계자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시가 이와 관련한 시 차원의 이렇다할 해명없이 침묵하고 있다.

이날 A씨 측 기자회견에 앞서 장례위원회 명의로 “유족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주길 간곡히 호소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내놓은 게 전부다.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행이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그리고 피해자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며 “집무실 안 내실이나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고 신체적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이런 지속적 피해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호소했고 동료 공무원이 (시장으로부터) 전송받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성적 괴롭힘에 대해 비서관에게 부서를 옮겨줄 것을 요청하면서 언급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A씨가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시 차원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번 사건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 업무는 시장 심기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이라며 피해를 사소하게 만들어 더이상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인권담당관이나 여성가족정책과 등 공식 창구로는 관련 사항이 신고로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자회견 내용은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으나 비서실장 등 대부분이 박 시장 장례위원회에 참가하고 있어 명확한 입장을 내놓은 건 아니다.

장례위원회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언론에 “아직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오늘은 고인을 보내드리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점 널리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서울시는 본 사건의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직장”이라며 “규정에 의해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