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정혼란 책임…상응하는 처벌 불가피”

국정농단·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 병합해 결론

앞선 대법 취지따라 뇌물 등 일부 혐의 각각 선고

‘국정농단’ 박근혜 전 대통령, 10년 감형…파기환송심 징역 20년(종합)
박근혜 전 대통령.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68) 전 대통령이 파기환송심에서 총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앞선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일부 강요 및 뇌물 혐의 등이 무죄로 바뀌면서 총 징역 30년형에서 10년이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총 14개의 범죄 중 뇌물 관련 범죄 6개에 대해 징역 15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8개 범죄에 대해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35억원을 추징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앞선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혐의를 분리해 선고하고, 앞선 2심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을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됐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돈을 대도록 대기업에 출연을 요구한 혐의를 원심이 강요죄로 판단한 부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해 이 사건 범행 등으로 국정혼란과 난맥상이 연출됐고, 그 결과 국민 전체에 걸쳐 분열과 갈등, 대립이 격화됐다”며 “그로 인한 후유증과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이러한 결과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어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액은 별로 없고 정치적으론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선고하는 형이 그대로 집행된다고 볼 경우 집행 예정 시점의 나이 등을 고려하고, 형법에 규정된 여러 가지 범죄 중 보통사람들이 가장 무겁다고 생각하는 범죄가 있는데 그 범죄에 대해서 대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에 따라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 측 또는 검찰이 파기환송심 결론에 대해 일주일 내로 재상고하지 않으면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에 이르게 한 국정농단 사건의 재판은 모두 마무리된다. 68세인 박 전 대통령의 이번 재판이 확정되는 경우 별도의 사면을 받지 못한다면 여생을 수감생활로 보내야 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된 상태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는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과 11월 두 개의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했고, 서울고법은 두 사건을 병합해 판단하기로 하고 이날 선고했다.

2017년 10월부터 재판에 나오지 않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건강을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선고 직후 방청석에 있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가 “박 대통령을 탄핵한 이 재판은 무효”라면서 검사들을 향해 “당신들 떳떳하게 살 수 있느냐”고 고함을 쳤다.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에선 공직선거법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저지른 뇌물범죄의 경우 분리 선고해야 한다는 이유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선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34억5000만원은 국고손실 혐의를, 2억원은 뇌물 혐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