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딸 메리 책에서 폭로
대리시험 치른 인물 이름 적시
대통령의 입시부정 파장 예고
‘군림’ 부친 탓 감정 학습 못해
‘소시오패스’처럼 이용대상 골라
백악관 “사실확인 없는 거짓말”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입학한 건 친구에게 돈을 주고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을 대리로 치르게 한 덕분이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자신이 ‘슈퍼 천재(super genius)’이기에 들어갔다고 자랑했던 학교다.
한국엔 3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에 갔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던 장하성 현 주중대사에게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해 주목받은 적이 있다.
이런 폭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딸 메리 트럼프(55)의 책 ‘이미 과한데 결코 만족을 모르는: 내 가족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을 어떻게 만들어냈나’에 담겨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오는 14일 발간 예정인 책을 미리 입수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군사학교를 졸업하고 부모와 함께 살면서 포덤대로 통학하는 생활을 하던 중에 더 명망 있는 학교라고 생각한 펜실베이니아대 지원을 결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성적만으론 입학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시험 잘 치르기로 유명한 친구 조 샤피로가 SAT를 대신 보게 했다고 책에 기술됐다. 메리는 “트럼프는 결코 돈이 부족하지 않아 대리시험을 친 친구에게 돈을 많이 줬다”고 주장했다. 현직 대통령이 입시 부정을 앞장서 저질렀다는 것이어서 파장을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년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들어간 건 ‘슈퍼천재’라는 증거라고 말해왔다고 WP는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형인 프레드 주니어의 친한 친구가 이 대학 입학 허가 관계자였고, 트럼프 대통령을 면접했다고 지난해 보도했다.
이 책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부친 프레드 시니어가 ‘군림하는 가장’으로 묘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버지가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걸 피하려고 했고, 이 때문에 인간 감정의 모든 영역을 개발하거나 경험하는 능력을 제대로 기르지 못했다고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메리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보다 일곱 살 많은 형 프레드 주니어가 아버지에게 멸시를 당하는 걸 수없이 보고 형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걸 교훈으로 삼았다고 메리는 책에 썼다. 프레드 주니어는 가업을 이어받기보다는 항공기 조종사가 되길 희망해 부친과 충돌이 심했고, 1982년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
메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부친의 경멸을 피할 수 있었다. 성년이 되면서 규칙과 관습을 무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질이 둘을 친밀하게 해 부동산사업에서 부친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메리는 “그(트럼프)의 성격이 부친이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됐다. 이건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하는 일”이라며 “둘이 상대를 함께 고르고, 반대나 저항은 용납하지 않고 그들의 목적에 맞게 무자비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메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릴 때부터 남을 속이고 조롱하는 걸 선호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업과 관련해 뉴욕시 외곽 임대사업의 복잡한 일들을 처리했다고 메리는 책에서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계약자, 정치경제 분야 거물들의 지저분한 일을 다루는 데 감각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측은 이 책의 내용을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그(트럼프)는 그녀(메리)의 삼촌이지, 환자가 아니다”며 임상심리학 박사인 메리의 분석에 대한 의미를 축소하고 “책에 관해선 분명히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아무도 선서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도 “거짓으로 된 책”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는 메리와 출판사를 상대로 뉴욕주 1심법원에 출판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출간 일시 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출판사 측은 이미 7만5000부의 인쇄를 마쳤다. 예약 주문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