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의 노조가입 허용' 핵심 쟁점
경영계 요구 일부 수용…사업장 점거 금지 등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7일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을 의결했지만 실제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협약 비준에 요구되는 '노조 관련 3법' 개정을 두고 노사 각자가 불만을 표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했던 노동계는 불만족스러운 결과물이라고 지적하고, 경영계는 지나치게 불리한 내용이라고 호소한다.
ILO 핵심협약 관련 핵심 쟁점은
▶실업자·해고자의 노조가입 허용=핵심 쟁점 중 하나다. 노동조합법 개정이 되면 실업자·해고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독일, 영국, 일본, 미국 등 주요국들이 모두 허용하고 있는 내용이다.
경영계는 정당하게 해고된 자, 퇴직자, 시민단체 회원 등까지 노조에 가입하게 되면 기업에 무리한 이슈를 요구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해고자의 경우 기업에 악감정을 갖고 투쟁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노조 가입 범위를 노조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고자 외에도 구직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등도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노조 전임자 급여는 노사 간 협의로 결정하게 된다. 노조원 임금을 회사가 지급할 여지가 생겼다.
경영계는 현행법을 그대로 유지해 노조가 자체 재정을 활용해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전임자가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으면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고, 각종 이권에 개입할 우려가 있다는 게 그 근거다.
고용부는 보완 대책이 있다고 반론한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내에서만 급여를 지급하면 과도한 급여 지급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도를 초과하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 노동계는 한도 초과를 금지하는 조항조차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무원·교원 노조 가입 허용=5급 이상 공무원, 소방공무원, 퇴직 공무원도 노조를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감독·관리직 지위에 있는 공무원은 여전히 예외다.
국민 안전과 연관된 직종은 노조 가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경영계 입장과 예외를 두지 않아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이 대치되고 있다.
경영계 "노조 편향적" 주장에 요구 일부 반영…노동계 반발
이외에도 노사 간 이견이 부딪치는 조항이 있다. 사업장 주요시설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등이다. 경영계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반영한 조항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 한국 상황에는 시기상조"라며 "친노동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별도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유효기간 등 도입,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 중 2가지가 이번 ILO 핵심협약 비준 과정에서 반영됐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이러한 내용은 ILO 핵심협약과 상관없는 노동법 '개악'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