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조재범 코치 사태’ 이후 문체부 전수조사 실시 계획 발표

컨트롤타워 맡은 인권위는 “실효성 없다”는 이유로 표본조사만

경주시는 실태조사에 포함됐지만 ‘철인3종 폭력사태’ 못잡아내

“192명 폭행당했다” 털어놨지만 수사의뢰 등 후속조치도 없어

문체부 “전수조사”에도 인권위는 표본조사만…결국 ‘최숙현 사건’ 못막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최숙현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선수의 2016년 증명사진.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선수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는 실효성도 없고, 할 수도 없다.” 지난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가 한 발언이다. 조재범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해 왔다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폭로로 한바탕 파장이 인 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수조사를 통해 스포츠계의 고절적인 폭력 문제를 뿌리뽑겠다고 밝힌 뒤다.

이렇게 컨트롤 타워가 된 인권위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꾸리고 실태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선수전체에 대한 조사가 아닌 일부에 대한 표본조사만 진행했다. 인권위는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가 속했던 경주시청 팀을 포함한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 조사를 진행했지만, 경주시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 상황이 심각하면 자체적으로 당국에 수사의뢰를 하기도 하는데, 실태조사로 200명 가까운 선수들이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지만 이에 따른 후속 조치는 없었다. 경주시청 팀에서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선수들은 15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 관계자는 7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난해 있었던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 조사와 관련해 “17개 시도 실업팀이 조사 대상이었다”며 “경주시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실업팀 선수 인권 실태조사는 같은 해 7월 22~8월 5일(15일간) 총 1251명의 실업팀 선수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17개 시도와 40여개 공공기관 소속 실업선수 56개 종목의 전체 선수는 총 8289명이다. 인권위는 이중 절반인 4069명에게 ‘모바일 설문조사’를 진행해 이중 1251명의 응답만 이끌어냈다.

인권위가 컨트롤 타워가 되기까지도 정부 부처간 혼선이 있었다. 신유용 유도 선수에 이어 심 선수의 폭로로 체육계의 민낯이 드러나자 지난해 1월 9일 노태강 당시 문체부 제2차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단체 비위’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가 중심이 된 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문체부가 아닌 인권위에서 조사위가 꾸려졌고, 전수조사는 초중고생과 문제가 된 빙상·유도 선수 일부에만 국한됐다.

실업팀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최숙현 선수 사태를 예상할 수 있는 결과값이 나왔지만 인권위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하면 인권위에서 수사의뢰를 하지만, 실업팀 실태조사 이후 이에 따른 수사의뢰, 고발 등 후속 조치는 없없다”고 털어놨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선수 중 신체 폭력 192명으로 전체의 15.3%를 차지하고 있다.

체육계의 이 같은 신체 폭력은 극단적 선택까지 부추겼다. 최 선수의 아버지인 최영희씨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숙현이가 차에 받혀 죽었으면 좋겠다고, 누가 자기를 칼로 찔렀으면 좋겠다고 일기장에 적어놨더라”고 말했다. 인권위의 실태조사에서도 한 20대 선수는 “전 소속팀에서 자살 시도를 해서 나왔다”며 “최근 감독과 갈등 이후 두 번째 자살시도를 했다. 1년 치 수면제를 받아서 다 복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최 선수 사건과 관련, 경북지방경찰청도 관할이었던 경북 경주경찰서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경북지방경찰청장 지시로 오늘 감찰을 시작할 것”이라며 “경주경찰서의 초동 수사 과정 등에 문제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