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만에 정식회담…한일관계 개선 분수령

-앞서 한일 외교장관회담 열고 막판까지 의제 조율

-‘진전’ 기대감 나오지만 ‘수출규제 철회’엔 신중론

문대통령, 오늘 아베와 한일회담…수출규제·지소미아 ‘담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복귀 등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담판을 벌인다. 이번 회담의 결과에 따라 향후 한일 관계가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느냐, 오히려 대치 상태가 장기화하느냐가 판가름 날 수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를 방문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식으로 한일회담이 열리는 것은 작년 9월 뉴욕 유엔총회 당시에 이어 1년 3개월만이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달 4일 태국에서 11분간 환담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은 향후 한일관계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대형 이벤트로 꼽힌다. 한일 관계는 지난 7월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발표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이번 회담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 등 현안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회담에 직전인 이날 오전엔 한일 외교장관회담도 열린다. 정상회담 직전에 별도로 외교장관회담이 열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를 두고 난제가 많은 한일관계의 특성상 마지막까지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정상회담 의제와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조치의 원상회복, 강제징용 배상판결의 해법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정부가 20일 한국에 수출되는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특정포괄허가 대상으로 변경하는 등 수출규제 일부를 완화하면서, 일본이 최소한의 대화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이를 토대로 정상 간 만남에서 추가 진전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한일회담을 앞두고 “그간 양국 관계의 어려움에 비춰 개최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며 “양국간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고 관계 개선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 정상이 15개월만에 회담을 하더라도 꼬인 양국 관계가 한번에 풀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전날인 23일에도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과 이어진 한국 측의 대응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인식을 또 표명하면서 정상회담을 통한 양국 관계 정상화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징용 소송과 관련해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문 대통령에게 일본의 생각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문제가 모두 해결됐으며 일본 기업이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판결은 청구권 협정에 위반된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 역시 최근 일본의 일부 규제완화에 대해 “일부 진전이라고 볼 수 있으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으로는 미흡하다”며 성급한 낙관론에 선을 그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라는 점에서 향후 한일 간 대화에서 일본이 이 문제를 이슈화한다면 한일관계 복원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