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독일 뮌헨에서 열린 나치의 기념품 경매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모자 등 나치 지도부의 물품이 고가에 낙찰됐다고 AFP통신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경매업체 헤르만 히스토리카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경매에서 나치 독일을 이끈 히틀러의 실크해트(남성 정장모자)가 5만유로(약 6천500만원)에 낙찰됐다.
히틀러의 ‘연인’으로 알려진 에바 브라운의 의류도 1점당 수천 유로에 팔렸다.
경매에서 한 구매자는 나치 상징 ‘스와스티카’와 독수리 디자인과 은박으로 장식된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을 13만유로(약 1억6천900만원)에 구입했다.
이 물품은 '나치 정권의 2인자'로 불렸던 헤르만 괴링이 한때 소유했던 것이다.
‘나의 투쟁’은 나치 정책의 근간이 된 유대인 증오 등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히틀러 집권 당시 나치당원의 필독서로 통했다.
이밖에 나치의 친위대장이었던 하인리히 히믈러, 히틀러의 측근이었던 루돌프 헤스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악명 높았던 인사의 의류와 개인물품도 경매 목록에 포함됐다.
독일 정부와 유럽 유대인 단체는 이번 경매를 비판하고 나섰다.
독일 정부에서 반(反)유대주의 대응 정책을 총괄하는 펠릭스 클라인은 이번 경매와 관련, “나치 범죄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는 것”이라며 개탄했다.
클라인은 “그들은 마치 일반적인 역사적 예술품을 거래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나치의 유물이 숭배 대상이 될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경계했다.
유럽유대인협회(EJA)의 메나헴 마르골린 회장은 경매에 앞서 “기존에 보고된 상당한 분량의 반유대주의 사례를 볼 때 가장 전면에 두드러지는 나라가 독일”이라고 지적했다.
마르골린 회장은 “우리는 해당 물품 구매자 이름 공개 의무를 경매사에 부여할 것을 독일 당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또한 이들을 감시 대상 명단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치 책임자들의 물품 상당수는 2차 대전 막바지에 미군이 획득한 것이다.
에바 브라운의 드레스는 1945년 5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미군이 확보한 40개 트렁크 중에서 발견됐다.
경매 물품 목록에는 히틀러의 뮌헨 임대 계약서,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범 재판에서 조명을 피하기 위해 피고가 착용한 선글라스 등도 포함됐다고 통신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