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0인 제도 총 46개…1억원 미만도 17개
습관적 일몰 연장…도입 후 실적 0인 제도도 다수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비과세·감면 제도 가운데 세금감면 효과가 전무한 조항이 연간 수십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무실한 비과세·감면 조항들인데도 매년 상당수가 일몰시한을 연장해가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를 없애거나 필요하다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비과세·감면 제도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이 전혀 없었던 비과세·감면 제도는 총 46개로 집계됐다. 일몰 규정 없는 제도가 10개, 일몰 규정 있는 제도가 36개였다.
국민들이 이용하지 않은 비과세·감면 제도 46개 중 27개(58.7%)는 3년 연속 실적 0을 기록했다.
매년 50개가량은 이같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6년 48개, 2017년 50개, 2018년 46개 등의 추이를 보였다.
조세지원 실적이 소액 존재했지만 금액이 미미했던 비과세·감면 제도도 많았다. 지난해 세금감면 효과가 1억원 미만이었던 비과세·감면 제도는 17개에 달했다. 이들은 한 해 동안 300만원~4000만원의 실적을 내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정부는 실적이 부진한 항목들의 수명을 계속 늘려줬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입주기업에 대한 감면, 금융중심지 창업기업 감면 등은 지난해 일몰 예정이었지만 2021년까지 3년 더 연장됐다.
특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입주기업에 대한 세액감면 제도는 지난 2009년 도입된 후 10년간 조세지원 실적이 전혀 없었다. 지난해까지 광주 4개 권역에 91개 업체가 입주했다. 하지만 이들은 '문화산업 5억원·관광산업 30억원 투자'라는 요건을 채우지 못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했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주기업 세액감면도 오는 21년까지 2년 더 유지된다. 이 제도는 2011년 도입됐지만 7년째 1억원 미만의 미미한 조세지원 실적을 기록 중이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약 300만원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데 그쳤다.
이 제도가 최저한세 적용대상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에 112개, 충북 오송에 64개 기업이 입주해 있지만 실적이 미미한 탓에 대부분 세제 감면 혜택을 받지 못했다. 최저한세란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각종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세금은 납부하게 만든 제도다.
애초에 일몰 규정을 두지 않은 항목도 있었다. 기부장려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기부금뿐만 아니라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액까지 기부금 단체에 환급하는 내용으로 지난 2015년 신설됐다. 하지만 시행 후 현재까지 이용 실적이 전혀 없다. 취지는 좋지만 기부를 장려한다는 제도 목적은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조세지원 실적이 없더라도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 연구개발(R&D) 지원, 구조조정 유도, 서민 지원, 기부 활성화 등 목적을 가진 기초적인 제도는 일몰기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제도는 과감히 정리하거나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진 의원은 "실적이 몇 년 동안 전무한 비과세 및 감면 조세 특례 제도는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며 "제도 정비 또는 제도 재설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대상자가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비과세·감면 제도는 특별히 배려해야 하는 대상과 목적 취지가 분명 존재한다"며 "목적 취지가 달성됐으면 과감히 없애야 하는데, 이익집단에 의해 영향을 받다 보니 없애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홍 교수는 3~5년 정도 일몰 기한을 연장하고, 그 기한이 지난 후에는 재검토 없이 제도를 폐지하는 '폐지 예고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이같은 예고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으나 조세특례제도의 단순화, 효율화를 위해선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