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책없이 차가운 환경당국…차갑게 식어가는 철강
50년 문제 안삼은 브리더 개방
글로벌 철강사 고로 정비 방식

미세먼지 논란, 환경규제 압박
대체 가능 저감기술 아직 없어
가동중지 막대한 피해 불가피


“용광로(고로)가 식어가면서 한국 경제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한국의 기간 산업 철강이 현실을 외면한 환경규제에 봉착, 고로가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오염물질이 공식 측정되지 않은 가운데, 국제적으로도 용인되는, 더 이상의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조업 정지 처분 10일을 당한 철강업계는 한탄을 넘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과도한 환경규제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유발하고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처분을 내린 지방자치단체는 환경부의 판단에 따른 법적 조치란 입장이지만, 철강업계는 대체 기술이 없는 가운데 사실상 제철소 운영을 중단하란 것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산업계에서 필요한 미세먼지 저감기술이 연구개발 단계인 만큼 현실에 맞게 미세먼지 저감정책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제철소 운영 중단 기로에 선 배경에는 미세먼지 사태가 있다.

그 동안 환경부는 지난 50년간 브리더 개방에 대해 문제삼지 않았지만 올해 초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며 행정처분의 수위가 강력해진 것이다.

최근 환경부가 국내 아연 생산량 1위(단일공장 기준ㆍ세계 4위)인 경북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해 폐수무단 배출사고를 일으킨 봉화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해 조업정지 처분을 요청한 것이 단적인 예다. 환경부의 조사결과를 수용한 경북도는 지난달 말 영푹석포제련소에 120일의 조업정지를 통보했다.

철강업계의 경우도 미세먼지 확산에 따라 환경단체들이 포스코, 현대제철의 고로에 설치된 ‘브리더(Bleeder, 압력밸브)’를 개방해 무단으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다고 문제제기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브리더는 공정에 이상이 발생하면 고로 폭발을 막기 위해 가스를 배출하는 폭발방지 안전장치다. 고로당 4개의 브리더가 있으며 두 달에 한 번 정도 점검 및 유지ㆍ보수 시 개방된다. 일정한 압력을 유지해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작금의 기술로는 브리더 개방 외에 고로를 유지ㆍ보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제철소에서 브리더를 개방하는 방식으로 고로를 정비한다. 실제로 최근 세계철강협회는 한 지자체의 브리더 개방 관련 기술 문의에 대해 “세계적으로 환경 당국이 고로 브리더 개방을 문제삼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브리더에선 대부분 수증기가 배출되며 함께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측정이나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환경당국이 현실에 대한 고려 및 종합적인 대책도 없이 처벌 위주의 행정을 펼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도 전날 포스코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고로 보수시 브리더를 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으로 집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미세먼지 감축 대비가 안 된 건 철강업계만이 아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미세먼지 문제의 산업적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적 능력도 설문에서 6대 소재 산업 업체 및 음식료품 업체 170곳 중 39%가 ‘요구수준 대비 50%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요구수준 대비 50~70% 미만이란 응답도 24.7%였으며, 100% 대응 가능하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환경규제에 따른 파장이 기업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당초 정부는 2022년까지 산업 부문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43%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미세먼지 감축목표 유지시 조사에 응한 전체 기업 중 35.3%가 현재 영업이익의 2~5% 감소를 전망했다. 6~10% 감소할 것이란 응답도 19.4%였다. 1차금속 업종의 경우 고용 비용이 33% 줄어들 것이란 응답도 나왔다.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다. 고로 가동 중지 기간이 4일을 넘어서면 고로 내부 온도가 하강해 재가동까지 3개월이 걸린다. 만에 하나 고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재축조까지 24개월이 소요된다. 이 경우 8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석포제련소 역시 120일 조업 정지 이후 공장 재가동까지 1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자칫 협력업체들이 ‘개점 휴업’이 아닌 ‘폐업’까지 우려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감축기술의 활발한 연구개발과 적극적인 기술 도입이 되지 못할 경우 미세먼지 배출규제는 국내 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공공부문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이전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비용효과적인 수단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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