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현금수요 5년간 20~40% 증가…저금리 영향 믿을 수 있는 ‘자산가치 보존 수단’ 인식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캐시리스 결제’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현금유통액이 20~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로 이자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수중에 현금을 확보해 두려는 경향이 강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27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 가정과 기업의 현금유통액은 지난해까지 5년간 22% 증가해 115조엔(약 1247조원)에 달했다.
현금 선호도가 높은 일본뿐 아니라 카드 결제비율이 높은 국가들에서도 현금유통액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카드 결제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32%로 10%인 일본의 3배나 되지만 5년간 현금유통액 증가율은 40%에 달했다.
영국도 카드 결제비율이 46%로 높지만 현금유통액은 같은 기간 22% 증가했다.
카드 결제비율이 16%인 유로권의 현금유통액 증가율은 29%로 집계됐다.
미카라 마크센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에서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현금 유통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며 저금리를 이유로 꼽았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자금 공급을 늘리면서 금리를 인하했다. 은행에 돈을 맡기더라도 금리가 낮기 때문에 현금을 수중에 두는 이른바 ‘장롱예금’이 각국에서 확산했다는 설명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현금수요가 늘었다”고 지적하고 리먼 사태에 따른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을 이유로 들었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비해 현금을 자산가치 보존수단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BIS는 “전자결제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현금수요도 확대되고 있다”며 양쪽이 동시에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카드 결제는 적은 금액 거래에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BIS에 따르면 회원국의 1회당 카드 결제액은 2016년까지의 15년간 평균 60달러 이상에서 40달러로 줄었다.
소액결제에서 캐시리스가 확산하는 한편 현금수요도 높아지는 경향은 일본의 지폐와 동전의 금액별 유통액에서도 확인된다.
일본의 현재 유통액을 5년 전과 비교하면 1엔짜리 동전은 3%, 10엔짜리 동전은 1% 감소한 데 비해 1만엔권은 17%, 5000엔권은 2% 증가했다.
현금은 예금 등에 비해 세무당국이 파악하기 어려워 부유층의 탈세와 범죄조직의 자금세탁 등에 불법적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은 500유로 지폐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는 등 고액권 유통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