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 스트레칭 체조·허리 펴고 앉는 자세… 가볍게 줄넘기·농구 ‘점프운동’ 키크는데 큰 도움
이번 주 대부분 학교가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한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개학하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키를 재 보는 것이 사실상 통과 의례다. 부쩍 자란 자신의 모습에 의기양양해지는 어린이가 있는 반면 ‘나는 왜 아직 작을까’ 하는 마음에 풀이 죽는 어린이도 볼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의, 자녀의 키가 작다면 운동이 이유일 수도 있다.
요즘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이의 하루 일과에는 운동을 위한 시간이 없다. 영어, 수학, 논술 등 각종 학원을 끝내고 돌아오면 저녁 시간이 돼 따로 운동할 시간을 만들기 어렵다. 특별한 운동 없이 하루를 보내는데 익숙해진 어린이는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것을 점차 귀찮아하게 된다.
그러나 키가 크고 몸이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다. 운동을 하면 성장판이 자극돼 성장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운동을 통한 성장판 자극은 뼈의 길이 성장과 근육의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근육의 길이 성장까지 이뤄지게 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스트레칭 체조하면 키가 쑥쑥=팔다리의 관절을 쭉쭉 펴 주는 스트레칭 체조는 움직이기 싫어하는 어린이도 쉽게 할 수 있다. 운동 시간ㆍ장소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좁은 장소나 실내에서도 가능하다. 비싼 운동 기구도 필요 없다. 이렇게 간단한 스트레칭 체조는 몸을 쭉쭉 늘려 준다. 또 성장판 주위 관절과 근육을 자극,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키가 크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스트레칭 체조는 방법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관절을 부드럽게 하고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돕는 동작이면 된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하루 10분 정도만 스트레칭 체조에 투자해도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아침저녁, 두 차례만 해도 몸이 훨씬 가뿐하고 가벼워지며 키가 쑥쑥 자란다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했다.
앉아있는 자녀의 모습을 보며 ‘구부정하게 앉지 마라’, ‘허리 펴고 앉아라 ’ 등 잔소리를 하는 부모를 종종 볼 수 있다. 실제로 장시간 나쁜 자세로 앉아 있게 되면 성장기 어린이의 척추에 불균형을 초래해 옆이나 앞뒤로 구부러진 척추기형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어린이는 학교든 집이든 서 있거나 누워 지내는 시간보다 앉아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때문에 어릴 때부터 바르게 앉는 자세를 들여야 한다. 박 교수는 “어릴 때 앉는 습관을 잘못 들이면 어른이 돼서도 이러한 잘못된 습관이 남아 허리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며 “심지어 허리가 굽는 퇴행성 변화가 남보다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앉아서 책을 볼 때에는 허리를 똑바로 세운 채 눈과 책 사이를 최소 30㎝ 이상 유지해야 한다”며 “컴퓨터를 할 때에는 목을 앞으로 숙이지 말고 똑바로 세워 모니터를 너무 가까이 보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규칙적인 운동, 성장판 자극하는 효과=어린이가 자라는 데 필수적인 성장호르몬은 가만히 있을 때보다 몸을 일정한 강도 이상으로 움직여 줄 때 더 많이 분비된다. ‘뛰어논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뛴다’는 행위가 성장점을 자극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늘리는 것이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노는 어린이도 알고 보면 성장점을 자극하는 ‘점핑(jumping)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은 단순히 어린이의 키만 쑥쑥 늘려 주는 것이 아니다. 뼈와 마찬가지로 근육에도 성장판이 존재한다. 관절운동으로 인해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면 근육 성장판이 자극받아 근육세포가 자라게 된다. 이처럼 운동은 성장판을 튼튼하게 해 뼈와 근육을 자라게 할 뿐 아니라, 성장판 주위의 혈액 순환과 대사 활동을 활발하게 해 어린이의 성장과 발달을 더욱 촉진시킨다.
박 교수는 “몸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의 양은 운동의 강도, 시간, 방법 등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난다”며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약간 힘이 드는 운동을 최소 10분 이상 해야 한다. 운동의 강도에 따라 최고 25배까지 성장호르몬의 분비량이 증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처럼, 성장에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지나치면 성장으로 가야 할 영양소를 운동으로 소모해 버릴 수 있다. 지나친 체력 소모는 어린이의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운동을 몰아서 해도, 키가 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아이의 성장에 필수적인 운동은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즐기고 재미를 느끼는 놀이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꾸준히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는 성장단계에 따라 운동 능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같은 운동이라도 성장단계에 맞는 운동법이 있다. 가령 5세 전후 어린이에게 축구를 가르칠 때 ‘4-4-2 전술’ 같은 성인 축구의 내용을 알려 주면, 어린이는 ‘축구는 너무 어렵다’고 느껴 차츰 축구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해당 연령 어린이에게 축구를 시키면 공을 따라 여러 명이 몰려다니는 소위 ‘벌떼 축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동은 어린이의 등에 땀이 촉촉하게 배어날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으로 따지면 30분~1시간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키 크는 운동은 그 동작이 점핑과 스트레칭으로 압축된다. 이들 동작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면 어린이도 손쉬운 운동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박 교수는 “허벅지나 장딴지 뼈의 양 끝에 위치한 성장판에서 골아세포가 증식돼 뼈의 길이 성장이 일어나야 키가 자란다”며 “어린이의 키를 자라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운동은 비교적 가벼운 것이 주류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줄넘기, 가벼운 조깅, 맨손체조, 수영, 댄스, 배구, 테니스, 너무 과격하지 않은 농구, 단거리 질주, 배드민턴 등이 키가 크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중 농구나 줄넘기는 가벼운 점프 운동으로 성장판을 자극하는 데 가장 좋다. 하지만 씨름, 레슬링, 유도, 마라톤, 럭비 등 높은 강도의 운동은 어린의 키 성장에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상으로 성장판을 손상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신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