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2014년 12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을 폭로하고 약 1년 3개월 만인 지난해 4월 현업으로 복귀한 박창진 전 사무장이 KBS와의 인터뷰에서 근황을 밝혔다.

박 전 사무장은 사건 폭로 이후 심한 외상 후 신경증과 공황장애 등으로 400일 넘게 복직을 못 하다가, 2016년 4월 사무장이 아닌 일반 승무원으로 복귀했다.

‘땅콩회항’ 폭로 박창진 근황…“사무장 박탈, 신입들과 화장실 청소”

입사 21년차인 박 전 사무장은 “회사로부터 1년 이상 휴직했다고 모든 승무원 자격을 갱신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제가 꽤 영어를 잘 하는 편인데, 그걸로 계속 (승무원 자격시험 중 하나인 영어방송 자격을) 탈락시키고 있다. L과 R 발음이 안 된다는 식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 과거엔 그것도 안 되는데 팀장 자리를 준 것인가. 20년 동안 영어 능력을 최상위로 유지해서 사무장을 하고 있었는데 핑곗거리 같다”며 사측에 서운한 심경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박 전 사무장은 2013년 사내 영어방송시험의 ‘방송자격 A’보다 더 높은 ‘영어방송자격(영 WT3)’을 취득했지만 복직 후 5번이나 ‘방송자격 A’를 얻는데 실패했다.

그는 일반 승무원으로 복귀한 이후 이코노미클래스에서 승객 대응하는 일을 한다며 “이코노미는 보통 1~3년 차 신입 승무원들이 배치된다. 좌석, 화장실을 청소하고 현장 일을 한다”고 말했다. 통상 승무원은 높은 연차가 퍼스트나 비즈니스를 맡고 낮은 연차가 이코노미를 담당한다.

그는 후배 사무장에게 지시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회사에 복직했다지만 제 자리(사무장)를 강탈당했고 동료의 멸시를 받으면서 ‘이 일을 계속 할 것인가’ 고민을 한다”면서도 “10년 더 되는 후배의 지시를 받고 일하는데 자존심 상한다고 내팽개치는 순간 제 생존권을 강탈당하는 것이다”라고 고백했다.

박 전 사무장은 “‘미약한 개인이지만 권력과의 투쟁에서 정도를 걸었을 때 권리를 회복할 수 있다, 그게 맞는 사회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저 다음에 똑같은 일이 생기는 것을 막고 싶다”며 “팀장(사무장)으로 복귀한다고 해서 큰 명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 만 제 자리를 온전히 찾아내는 것도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거 같다”고 ‘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는 박창진 사무장에게 부당한 차별이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 오히려 복직 이후 원활히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창진 사무장은 아직까지도 팀장 직책의 기본 조건인 방송A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다. 만약 공통된 회사 기준에 미치지 못함에도 박창진 사무장에게 팀장 직책을 부여한다면, 다른 승무원들의 기회를 빼앗는 차별적 처사가 될 수 있음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