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남녀 가장 듣기 싫은 말 “애인 있나?” -“사적인 질문 없이 대화진행 능력이 교양”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지혜 씨는 남자친구 있어? 없다고? 왜 없을까, 지혜 씨가.”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지혜(29ㆍ여) 씨는 직장 상사들로부터 일상적으로 받는 질문이 불편하다. 이 씨는 “남자친구가 없다고 답을 할 때마다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라는 질문이 이어진다”며 “마치 남자친구가 있고 없고가 능력의 차이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이런 질문 “불편합니다” ①]“애인 있어?” 묻는 직장상사…“민감한 사생활은 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공공연하게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애인 있어요?’ 질문이다. 한때 ‘결혼했나?’, ‘애는 있나?’, ‘어디 다녀? 월급은 얼마야?’ 등등 사적인 질문을 남발하는 문화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내 집 마련, 결혼, 출산의 전제인 연애부터 포기한 N포 세대에게, 애인유무를 묻는 질문은 편하지만은 않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최근 20~30대 미혼남녀 3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미혼남녀가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로 남녀 모두 ‘애인이 있는지 묻는 말’을 꼽았다. 응답자의 72.7%가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

주로 부모님이 압박을 가하는 대상이지만 직장 동료ㆍ상사의 압박도 11.8%에 달했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응답자의 28.6%는 ‘무례하고 오지랖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 씨는 “특별히 연애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그런데 애인 없다고 말하면 이어지는 ‘애인이 없는 이유에 대한 분석’부터 ‘소개팅 시켜줄까 잘 아는 후배 있는데’ 와 같은 대화까지 지겨울 따름이다”고 했다.

이어 ”다른 회사와 미팅 겸 식사를 하면 또 상사들끼리 서로 애인이 있네 없네 하며 둘이 잘 어울리네 마네 하는 것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직장 상사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응수한다. 어색함을 풀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소재일 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 대기업에서 중간관리자로 근무 중인 김현수(35) 씨는 “직장 후배가 애인이 있는지 여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주제가 아니다”며 “다만 캐주얼한 회식자리에서 회사나 일 이야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고 다만 뭐라도 대화를 하며 어색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물어보는 질문이다”라고 했다.

[이런 질문 “불편합니다” ①]“애인 있어?” 묻는 직장상사…“민감한 사생활은 왜?”

이어 “영국사람들처럼 날씨 이야기로 한 시간 넘게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이런 정도는 후배에 대한 관심으로 충분히 용인 가능한 수준 같은데 너무 예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사적인 질문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능력을 일컬어 교양이라고 한다”며 “객관적 지식에 대한 토론, 하다못해 스포츠나 날씨 관련 대화로 어색함을 풀지 못하고 사적인 질문을 남발 하는 것으로 대화를 하는 것은 사생활에 대한 존중의 개념이 부족하단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은 때가 되면 연애하고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 한다는 정상성에 대한 강박도 배경에 깔려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