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결혼 거부 비혼 선언 증가 -“친구 등 결혼식서 뿌린게 얼만데…” -비혼식 열어 축의금 회수 나서기도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 서울 동대문구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김상현(36ㆍ가명) 씨는 미혼(未婚)이 아닌 비혼(非婚)족으로 스스로를 규정했다. 김 씨는 그 동안 지인들의 결혼식에 부지런히 참석했다. 친한 친구 결혼식에서는 축의금도 후하게 냈다. 그러던 김 씨는 오랜 기간 만나왔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결혼 생각이 사라졌다. 봄을 맞아 친구, 선후배들의 결혼 청첩장이 다시 쇄도하지만 김 씨는 덕담으로 갈음하고 있다.
봄 결혼 시즌이 돌아왔지만 결혼을 하지않겠다고 선언한 ‘비혼족’은 늘고 있다. 연애와 결혼, 출산 등등을 포기하는 이른바 ‘N포세대’의 한숨이 깊어지면서 만들어 낸 풍속도다.
9일 통계청의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연간 혼인 건수는 2011년 32만 9100건, 2013년 32만 2800건으로 꾸준한 감소세다. 지난해 혼인은 28만1600건을 기록했다. 1974년 이래 가장 낮다.
이처럼 비혼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결혼할 생각이 아예 없음을 선언하는 ‘비혼식’이 열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낸 축의금만도 집 한채 값이라는 대기업 부장 이현성(41ㆍ가명)씨. 이 씨는 회사에서 매일 같이 마주치는 후배들 결혼식 챙기느라 한달에 100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결혼할 생각이 없는 이 씨는 ‘비혼식’을 여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친구 및 지인을 초대해 비혼식으로 열고 선물이나 그간 낸 축의금을 돌려 받는 것이다.
이 씨는 “주변에서 결혼 할 때마나 축의금을 내고 그들의 인생을 축하해 줬다”며 “나 역시도 결혼할 생각이 없음을 알리고 축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들 비혼족들은 결혼식 청첩장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남여 438명 중 74%가 결혼식에 꼭 참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63%는 청첩장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지인이 비혼족인 것을 아는 경우 청첩장을 보내기 망설여지는 경우도 있다. 5월 말 결혼식을 앞둔 직장인 이모(31) 씨는 ”친한 형이 있는데 자신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누누이 이야기를 해왔다”며 “축의금이라는게 뿌리고 거두는 상부상조의 원리인데 형 입장에서는 걷지를 못할 것 아는 만큼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있다”고 했다.
비혼족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간 자신들이 낸 축의금 본전 생각이 난다. 최근 결혼 생각이 없다고 선언한 30대 중반 딸을 분 김모(65) 씨는 “그동안 일가친척, 친구 결혼식에 부지런히 다녔는데 딸이 막상 저렇게 나와버리니 속상하다”고 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에서 경제적 이유 등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것은 새로운 삶의 형태다”며 “기성 세대로서는 축의금 등에 대해 아직 낯설지만 비혼식을 포함해 여러 대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